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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잃어버린 시간의 그림자

by FortelinaAurea Lee레아

제7장: 잃어버린 시간의 그림자



서연과 이안은 은신처를 떠난 후로도 숲길을 따라 멀리 걸었다. 이안이 말한 대로 은신처는 안전했지만, 그곳에서의 시간은 무겁고 숨이 막히는 듯했다. 서연은 새롭게 시작될 혼란과 시련을 마주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며 한 가지 질문에 사로잡혔다.


"우리는 정말 옳은 선택을 한 걸까?"


숲길은 끝없이 이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걸음을 옮길수록 서연은 점점 더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그녀의 발걸음은 멈춰 섰고, 이안은 그녀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서연? 왜 멈춘 거지?"


서연은 멀리 보이는 오래된 돌다리를 가리켰다.

"저기… 저 다리, 내가 어렸을 때 본 적 있어. 하지만 있을 리가 없어. 이 다리는 내가 살던 고향 마을의 것이었어. 내가 기억하는 곳은 이미 사라졌을 텐데."


이안은 놀란 표정으로 다리를 바라보았다. 그는 서연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혹시 시간의 틈새가 우리의 발걸음을 왜곡한 건 아닐까? 네가 과거와 현재를 뒤틀면서, 우리가 그 흔적 속으로 들어온 것 같아."


그 말을 들은 서연은 숨을 골랐다. 그녀의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만약 이안의 말이 맞다면, 이 길의 끝에 과거의 기억 속 풍경이 펼쳐질지도 몰랐다.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돌다리에 다가갔다. 다리는 오래되고 이끼로 덮여 있었지만, 마치 막 누군가가 지나간 듯 신선한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서연은 그 발자국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건… 내 발자국 같아. 하지만 말도 안 돼."


그녀는 다리 위에 서서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강물은 고요히 흐르고 있었고, 어디선가 어릴 적 들었던 노랫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 소리는 그녀의 기억 속 깊숙이 숨겨져 있던 무언가를 건드렸다.


"서연아…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다."


낯익은 목소리가 그녀의 귀를 스치자, 서연은 갑작스러운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녀는 다리 건너편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그녀의 어린 시절 모습이었다.


다리 건너편에 서 있는 소녀는 서연의 어린 모습 그대로였다. 땋은 머리, 해맑은 눈동자, 그리고 손에 들려 있는 붉은 리본까지. 소녀는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넌 누구야? 왜 내 모습을 하고 있어?"


서연은 말을 잃었다. 하지만 어린 소녀는 두려움 없이 다가와 말했다.

"너는 내가 될 사람이야, 그렇지? 하지만 왜 너는 이렇게 슬퍼 보이는 거야?"


그 말을 들은 서연은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 올바른 것이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어린 자신에게 희망을 줄 수 없었다.


이안은 서연의 곁에 서서 소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서연, 이건 대체 뭐지? 이 소녀는 진짜 과거의 너야?"


서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건 내가 어렸을 때의 모습이야. 하지만 내가 왜 여기에 나타난 건지 모르겠어."


소녀는 서연의 손을 잡으며 조용히 말했다.

"넌 나처럼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난 매일 하늘을 보며 소원을 빌었어. 어른이 되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런데 넌… 왜 그렇게 슬퍼 보여?"


그 말에 서연은 가슴이 아팠다. 어린 시절의 자신이 느꼈던 순수한 희망이 지금의 자신에게는 없어진 듯 느껴졌다.


"나는… 내가 선택한 길이 맞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지금의 나는 과거의 너처럼 희망을 가지고 싸워야 해. 그래야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어."


소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럼 다시 소원을 빌어봐. 내가 빌었던 것처럼 간절히 빌어봐. 네가 진짜 원하는 걸 말이야."


그 순간, 서연의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바람이 떠올랐다. 그녀는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평화를 이루고 싶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세상의 균형을 바로잡고 싶어."


서연이 소원을 빌자, 돌다리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강물이 요동치며 빛나는 흐름이 다리를 감쌌다. 어린 서연의 모습은 점점 희미해졌고,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

"네가 빌었던 소원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 내가 너의 용기를 믿을게."


빛이 점점 강해지더니, 서연과 이안은 눈부신 광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눈을 떴을 때, 두 사람은 전혀 다른 풍경 속에 서 있었다. 하늘은 금빛으로 물들었고, 그들 앞에는 커다란 성문이 우뚝 서 있었다. 성문 위에는 고대 언어로 쓰인 문구가 빛나고 있었다.


"선택한 자만이 이 문을 열 수 있다."


이안은 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시작이야. 우리가 열어야 할 새로운 세상, 그리고 맞서야 할 운명."


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안의 손을 꼭 잡았다. 두 사람은 성문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마주할 새로운 세상은 이제 막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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