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시간의 갈림길
제10장: 시간의 갈림길
서하와 이안은 기억의 조각들을 찾기 위해 강을 따라 오래된 숲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달빛 아래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숲은 고요했지만, 그 속에는 무언가 숨겨진 비밀이 숨어 있는 듯했다. 이안은 나뭇가지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여기가 뭔가 중요한 장소 같아요. 당신에게도 익숙한 느낌이 드나요?"
서하는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기분이에요. 마치 우리가 여기서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처럼…"
그 순간, 숲의 중심부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이며 나타났다. 빛은 사람의 형상을 띠고 있었으며, 그들의 접근을 기다리는 듯 정지한 채 서 있었다. 이안은 숨을 삼키며 말했다.
"저건… 우리를 부르고 있는 것 같아요."
서하와 이안은 신중히 빛을 향해 걸어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빛 속의 형체가 또렷해졌다. 그것은 그들이 신전에서 만난 수호자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서하, 이안.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구나."
형체는 그들을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서하는 놀라며 물었다.
"당신은 누구죠? 저희를 왜 여기로 부르셨죠?"
수호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나는 너희가 과거에 만났던 존재다. 이안, 네가 기억 속에서 잃어버린 이름, 그리고 서하, 네가 찾고자 하는 진실은 모두 이곳에 묻혀 있다. 그러나 그것을 되찾으려면 마지막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 선택이라니요?"
이안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수호자는 두 사람을 둘러싼 공기를 흔들며 말했다.
"시간의 갈림길에 서 있는 너희는 각자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다. 하지만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서하, 너는 진실을 알게 되는 대신 이안의 존재를 잊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안, 너는 서하를 기억하는 대신 네 과거를 다시 살게 될 것이다. 선택은 너희의 몫이다."
수호자의 말에 두 사람은 깊은 침묵에 빠졌다. 서하는 손을 가슴 위에 얹으며 말했다.
"이안, 내가 당신을 잊게 된다면… 그건 너무 잔인해요. 당신과 함께했던 순간들이 나에게 너무 소중하니까요."
이안은 서하의 손을 잡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서하, 나는 내 기억을 되찾는 것보다 너를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해. 우리가 여기까지 함께 온 것도 우연이 아니야. 우리가 함께라면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수호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희는 선택을 피할 수 없다. 두 길 중 하나를 반드시 택해야 한다. 그것이 운명이다."
서하는 깊은 숨을 들이쉬며 결심한 듯 말했다.
"제가 선택하겠어요. 이안, 당신은 절 잊지 마세요. 제가 진실을 알게 된다면 그 이유를 찾아 다시 당신을 만날 거예요."
이안은 그녀를 붙잡으며 간절히 외쳤다.
"서하, 그러지 마. 네가 잃는 건 진실뿐만 아니라 나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야. 그걸 감당할 수 있겠어?"
서하는 눈물을 머금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안, 당신이 나를 기억한다면 언젠가 나를 다시 찾아줄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그때,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이안은 그녀를 붙잡고 싶었지만, 그녀의 결심이 단단함을 느끼고 더 이상 말릴 수 없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녀를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약속해. 내가 널 다시 찾아낼 거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수호자는 손을 들어 두 사람의 앞에 시간을 상징하는 두 갈림길을 열었다. 서하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길로 들어섰고, 그녀의 모습은 점차 희미해지며 빛 속으로 사라졌다.
이안은 홀로 남겨진 갈림길 앞에서 서하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며 결심했다.
"서하, 기다려. 내가 반드시 널 기억해 낼 거야."
시간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서하의 선택은 그녀에게 진실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그녀의 기억 속에서 이안의 존재를 완전히 지웠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 한 구석에는 알 수 없는 공허함과 따스함이 남아 있었다.
이안은 다시 자신의 기억 속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의 마음에는 항상 서하의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알 수 없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기다려. 너를 반드시 찾아갈게."
두 사람의 운명은 다시금 엇갈렸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갈림길 너머에서, 그들의 길은 다시 하나로 이어질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달빛 아래, 시간과 운명의 실타래는 여전히 엮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