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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시간의 끝에서-기억의 단서

by FortelinaAurea Lee레아

제11장: 시간의 끝에서-기억의 단서


숲길을 떠난 이안은 이상한 끌림에 이끌려 어느 낯선 마을에 도착했다. 이 마을은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 고요하고 신비로웠다. 거리는 아무도 없었지만, 집집마다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곳은 대체…?"

이안은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러다 문득 한 가게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잊혀진 기억의 서점'.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따스한 공기와 함께 고풍스러운 책 향기가 그를 감쌌다. 서가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뻗어 있었고, 책들 사이로 희미한 빛이 떠다니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이안은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머리가 희끗한 노인이 서 있었다. 노인은 부드러운 미소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이 올 줄 알았습니다."


이안은 놀라며 물었다.

"저를요? 제가 여기 온 이유를 아십니까?"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했다.

"이곳은 잊힌 기억들이 머무는 장소입니다. 당신이 찾는 기억도 이곳에 있을지 모릅니다. 다만, 그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는 중요한 것을 포기해야 할 겁니다."


"포기해야 한다고요? 그게 무슨 뜻이죠?"

노인은 대답 대신 손을 들어 빛나는 책 한 권을 가져왔다. 책 표지에는 제목 대신 낯익은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이안은 그 문양을 본 순간, 자신의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뜨겁게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이 책에는 당신이 잃어버린 누군가의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억을 다시 꺼내면 당신은 다른 모든 것을 잊게 될 것입니다."


이안은 잠시 망설였지만, 곧 결심한 듯 책을 받아 들었다.

"이 책이 제게 알려줄 진실이 있다면, 어떤 대가라도 치르겠습니다."


노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하지만 진실을 마주할 준비가 되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이안은 책을 열었다. 책 속에는 단순한 글자가 아니라 빛으로 이루어진 기억의 장면들이 담겨 있었다. 그 장면들 속에서 그는 자신이 잊고 있던 서하의 모습을 보았다. 그녀의 웃음, 그녀의 목소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라지던 순간까지.


그는 모든 기억이 되살아나며 무릎을 꿇고 속삭였다.

"서하… 넌… 잊을 수 없는 존재였어."


그러나 책이 닫히는 순간, 이안은 주변의 모든 것을 잃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할 수 없었고,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오직 서하라는 이름과 그녀를 다시 찾아야 한다는 갈망만이 남았다.


한편, 서하는 자신이 선택했던 진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녀는 수호자로부터 듣게 된 충격적인 사실에 혼란스러웠다.


"네가 잃은 기억은 단순히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너는 세상을 지키기 위해 창조된 존재였다. 네 선택은 세상의 균형을 위해 필요했던 것이다."


서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저는 왜 이렇게 공허함을 느끼는 거죠? 제가 누구인지, 왜 이렇게 중요한 선택을 해야 했는지 모르겠어요."


수호자는 조용히 대답했다.

"그 공허함은 네가 잃어버린 인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인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운명이 너희를 다시 연결시킬 것이다."


서하는 수호자의 말을 믿기 어려웠지만, 알 수 없는 감정이 그녀를 이끌어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안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이안은 자신의 기억을 잃었지만, 서하를 향한 끌림만은 잃지 않았다. 그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힘에 이끌려 길을 떠났다. 그의 여정은 서하의 길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거대한 호수 근처에서 마주쳤다. 서하는 이안을 보며 알 수 없는 친숙함을 느꼈고, 이안 역시 그녀를 보며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은 듯했다.


"당신은… 누구죠?"

서하가 물었다.


이안은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당신을 기다려 온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서하는 그 말을 듣고 미소 지었다.

"저도 그래요. 아마 우리에게는… 어떤 이유가 있겠죠."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그 순간, 하늘에서 한 줄기 빛이 내려와 그들을 감쌌다.


빛 속에서 수호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는 이제 선택의 시간을 넘어서 새로운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너희의 연결은 세상의 균형을 유지할 마지막 열쇠다."


서하와 이안은 서로의 손을 잡으며 빛 속으로 걸어갔다. 그들은 비로소 시간의 끝에서 다시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발걸음은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는 첫 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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