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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잃어버린 시간의 노래

by FortelinaAurea Lee레아

제12장: 잃어버린 시간의 노래



서하와 이안은 빛 속을 걸으며 알 수 없는 공간으로 들어섰다. 그곳은 밤하늘처럼 별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별빛이 그들 주위를 감싸며 천천히 흐르고 있었고, 발아래에는 시간이 멈춘 듯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고 있었다.


"이곳은… 어디죠?"

서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순간, 공간의 중심에서 희미한 음률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름답지만 어딘가 슬픈 멜로디였다. 그 소리를 따라가자 두 사람 앞에 거대한 고대 악기가 나타났다. 그것은 거대한 하프처럼 생겼지만, 끊어진 현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이건… 운명의 하프다."

이안은 본 적 없는 물건임에도 자연스럽게 이름을 떠올렸다.


별빛으로 이루어진 수호자의 형체가 다시 나타났다.

"이곳은 '시간의 노래'가 흐르는 장소다. 이 하프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누군가의 선택으로 현이 끊어졌고, 노래는 멈추었다."


수호자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서하, 이안. 너희는 이 하프를 고쳐야 한다. 끊어진 시간을 다시 이어야만 세상이 완전한 평화를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너희의 영혼을 하나로 합쳐야 한다."


"영혼을 합친다는 건… 무슨 뜻이죠?"

서하가 물었다.


"영혼이 합쳐지면 너희는 더 이상 개별적인 존재로 남지 않게 된다. 너희의 기억과 감정, 그리고 존재 자체가 하나로 융합될 것이다. 이것은 너희가 선택해야 할 마지막 희생이다."


이안은 주먹을 쥐며 수호자를 바라보았다.

"그럼 우리가 사라지는 건가요? 서로를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닌가요?"


수호자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너희는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더 높은 차원에서 하나의 존재로 재탄생할 뿐이다. 그러나 지금의 너희 모습은 이 세상에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서하는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이안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나는 이미 많은 것을 잃었고, 또다시 선택의 순간에 서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너와 함께라면 어떤 희생도 두렵지 않아."


이안은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서하, 너와 하나가 된다면 그게 어떤 형태이든 상관없어. 나는 네가 선택하는 길을 함께할 거야."


두 사람은 운명의 하프 앞으로 다가갔다. 서하와 이안이 손을 맞잡는 순간, 별빛이 그들을 감싸며 하프의 끊어진 현들을 감아올렸다.


"노래를 부르거라."

수호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하와 이안은 동시에 알 수 없는 언어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들 안에 깊이 새겨진 기억처럼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노래가 이어질수록 하프의 끊어진 현이 하나씩 다시 이어졌고, 멈췄던 멜로디가 점차 완성되기 시작했다.


마침내 마지막 현이 연결되자, 하프는 눈부신 빛을 발하며 완벽한 노래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 멜로디는 시간의 흐름을 다시 정리하며 세상을 감싸 안았다.


노래가 끝난 순간, 서하와 이안의 몸은 점점 희미해졌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에는 두려움 대신 평온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이안, 우리는 다시 만나겠지?"

서하가 속삭였다.


"언제나. 어디서든."

이안은 그녀를 안으며 대답했다.


그들은 빛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고, 하프의 노래는 세상 곳곳에 평화를 가져왔다.


시간이 흘러 세상은 다시 균형을 되찾았다. 하지만 서하와 이안의 존재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 단지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노래가 바람 속에서 들려올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따스함을 느꼈다.


어느 날, 한 소녀가 숲 속에서 빛나는 하프를 발견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하프를 퉁기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노래 속에는 잃어버린 서하와 이안의 영혼이 깃들어 있었다.


그들은 세상의 균형을 지키는 노래가 되어 영원히 함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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