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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시간의 지평선

by FortelinaAurea Lee레아

제13장: 시간의 지평선


서하와 이안이 하나가 되어 운명의 하프를 울린 이후, 세상은 마침내 평화를 되찾았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는 결코 잔잔하지만은 않았다. 시간의 균형이 복구되면서 세상 곳곳에 존재하던 틈새들이 봉합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미처 닫히지 않은 문들이 있었다.


그 문들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만나는 경계선이었다. 이 틈새들은 보이지 않는 혼란을 내재하고 있었고, 이를 정리할 새로운 수호자가 필요했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한 소녀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윤아였고, 숲 속에서 홀로 노래를 부르며 지내는 소녀였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알 수 없는 꿈을 꾸곤 했다. 꿈속에서는 하얀빛과 함께 나타나는 하프가 있었고, 멜로디는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떠오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윤아는 사람들이 버려진 신전이라 부르는 장소로 발길을 옮겼다. 그곳은 운명의 하프가 잠들어 있는 곳이었다.


"이상하다… 이곳이 왜 이렇게 익숙하지?"

윤아는 신전의 한가운데 서서 속삭였다.


그때, 그녀의 주변에 희미한 빛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빛은 점점 구체적인 형태를 이루며 두 사람의 모습을 드러냈다.


"윤아, 네가 왔구나."

부드럽고 따스한 목소리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윤아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빛으로 이루어진 두 사람의 형체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서하와 이안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모습은 더 이상 육체적인 존재가 아니었고, 시간과 운명을 지탱하는 순수한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너희는 누구지? 왜 내가 여기에 온 걸까?"

윤아는 당황한 듯 물었다.


"우리는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서하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너는 우리의 노래를 이어받을 사람이다. 시간의 흐름은 다시 균형을 찾았지만, 너의 손길이 필요해."


이안이 말을 이었다.

"우리가 세상을 위해 선택했던 희생이 완벽하지 않았다. 이제 남겨진 틈새를 닫아야 해. 그리고 그 열쇠는 바로 너다."


윤아는 혼란스러웠지만,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확신이 솟아올랐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 거죠?"


서하는 손짓으로 하프를 가리켰다.

"이 운명의 하프를 다시 연주해야 해. 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네가 선택하는 새로운 멜로디를 만들어야 한다."


이안이 말을 이었다.

"너의 노래는 시간의 새로운 흐름을 정리하고, 모든 차원을 하나로 연결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너의 존재를 시간의 일부로 만드는 선택이 될 거야."


"존재를 시간의 일부로 만든다니… 내가 살아있는 동안엔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는 뜻인가요?"

윤아는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서하와 이안은 슬프지만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 하지만 네 선택은 세상을 영원히 지킬 것이다. 그리고 너는 우리가 그랬듯, 새로운 형태로 다시 태어날 거야."


윤아는 하프 앞에 섰다. 그녀는 두려움을 느끼는 대신, 마음 깊은 곳에서 평온을 느꼈다. 손끝이 하프의 현을 퉁기자, 익숙하지만 새로운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그 멜로디는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희망이 뒤섞인 곡이었다. 그녀의 노래가 이어질수록 신전은 밝은 빛으로 물들었고, 세상의 틈새들은 하나씩 봉합되었다.


윤아는 마지막 음을 연주하며 속삭였다.

"나는 내 목소리로 세상을 지킬 거야. 이곳에서 내가 사라진다 해도, 나의 노래는 영원히 남아 있을 거야."


그녀의 모습은 점점 빛 속으로 녹아들었다.


윤아가 사라진 이후, 세상은 더 이상 시간의 틈새로 인해 흔들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녀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름다운 멜로디에 평온을 느꼈다.


숲 속의 신전은 다시 고요함에 잠겼지만, 운명의 하프는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윤아의 선택이 남긴 증거이자, 세상을 지키는 마지막 노래였다.


그리고 언젠가 또다시 누군가가 하프를 발견하게 될 때, 새로운 노래가 세상을 밝힐 것이다.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서곡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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