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장-별이 기억하는 이름
제14장: 별이 기억하는 이름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갔다. 세상은 윤아의 희생으로 평화를 되찾았지만, 그녀의 흔적은 어디에도 남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녀의 존재를 알지 못했으나, 하늘의 별들은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윤아가 남긴 멜로디는 세상을 감싸는 바람과 파도 속에서 은은히 들려왔다.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평온을 느꼈고,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아무도 그 눈물의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세상은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어느 한적한 마을에, 유진이라는 소년이 살고 있었다. 유진은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지만, 늘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들을 바라보곤 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별빛 속에서 무언가 익숙한 따뜻함을 느꼈다.
어느 날 밤, 유진은 숲 속을 걷다 우연히 버려진 신전을 발견했다. 그곳은 오래전 윤아가 운명의 하프를 연주했던 장소였다. 신전은 세월의 흔적으로 무너져 있었지만, 중앙에는 여전히 빛나는 하프가 남아 있었다.
유진은 하프 앞에 서서 손을 뻗었다. 그 순간, 하프가 은은하게 빛나며 그의 손끝에 반응했다.
"이건 뭐지… 왜 이걸 보면 가슴이 이렇게 뛰는 걸까?"
그는 혼란스러웠지만, 이끌리듯 현을 튕기기 시작했다.
그가 연주한 멜로디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윤아가 남긴 멜로디와 공명하며 신전 안을 빛으로 채웠다.
유진이 하프를 연주하는 순간, 신전 안에 희미한 형체가 나타났다. 그것은 윤아의 잔향이었다. 그녀는 이전처럼 빛으로 이루어진 모습으로 유진 앞에 섰다.
"누구세요…? 그리고 왜 제 앞에 나타난 거죠?"
유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윤아는 따뜻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나는 너의 길을 안내할 별의 메아리일 뿐이야. 너는 선택받은 자야. 별들이 널 이끌어 이곳으로 데려온 거야."
"선택받은 자라니요? 무슨 뜻이에요?"
"이 세상의 시간은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다. 나는 내 모든 것을 바쳐 균형을 되찾았지만, 아직 남은 조각들이 있어. 그리고 너는 그 조각들을 이어 줄 사람이다."
유진은 혼란스러웠지만, 윤아의 말에서 알 수 없는 친밀감을 느꼈다.
"내가 뭘 할 수 있다는 거죠?"
"너의 멜로디로 세상을 다시 노래해야 해. 하지만 그것은 너 자신을 넘어선 희생을 요구할지도 몰라. 너는 준비가 되었니?"
유진은 망설였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윤아의 말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할 수 있다면… 그 길을 택하겠어요. 하지만 한 가지 묻고 싶어요. 당신은 누구였나요? 왜 저에게 이렇게까지 알려주는 거죠?"
윤아는 잠시 침묵하다가 부드럽게 대답했다.
"나는 너와 같은 선택을 한 사람이었어. 하지만 지금은 단지 빛으로 남아 있을 뿐이야. 네가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아. 나는 별들이 너를 도울 수 있도록 여기에 남아 있는 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유진, 네가 세상을 위한 멜로디를 완성할 때, 나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질 거야. 하지만 괜찮아. 나의 소원은 이미 이루어졌으니까."
윤아의 형체는 점점 사라지고, 유진은 홀로 신전에 남았다. 그는 하프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당신이 남긴 멜로디를 이어갈게요. 내가 별과 세상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겠어요."
유진은 하프를 들어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의 멜로디는 윤아가 남긴 노래와 하나가 되어, 세상의 잔재를 치유하기 시작했다. 멜로디는 별빛과 함께 하늘로 퍼져 나갔고, 세상은 새로운 아침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윤아의 이름은 사라졌지만, 그녀의 노래는 유진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언젠가, 또 다른 별빛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별은 기억하고 있었다. 세상을 위해 노래했던 모든 이들의 이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