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장-운명의 교차점
제15장: 운명의 교차점
유진과 소하는 시간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 신전에서 벗어나 새로운 단서를 찾아 길을 떠났다. 하지만 그들의 여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거대한 숲의 중심부로 들어선 순간, 두 사람은 방향 감각을 잃고 헤매기 시작했다.
"여기, 분명 우리가 지나온 길 같은데…"
소하는 땀을 훔치며 말했다.
유진은 주변을 살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이 숲 자체가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 우릴 일부러 돌게 만드는 거야."
그때, 숲 깊은 곳에서 희미한 빛이 반짝였다. 두 사람은 동시에 빛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건… 뭔가 단서가 될지도 몰라."
유진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소하는 주저했지만, 그의 곁을 지키기로 결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보자."
빛을 따라가자, 두 사람 앞에 낯익은 인물들이 나타났다. 그것은 유진과 소하의 과거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유진의 앞에는 윤아가 서 있었다.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유진, 이제 그만 멈추고 나와 함께해. 우리가 원했던 평화를 이룰 수 있어."
반면 소하의 앞에는 그녀가 잃어버린 동생, 서준이 있었다. 그는 아이 같은 얼굴로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누나,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여긴 위험해."
유진은 순간 얼어붙었고, 소하 역시 움직일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 채 각자의 환영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그 순간, 숲의 공기가 갑자기 차가워지며 환영이 변하기 시작했다. 윤아와 서준의 모습이 일그러지더니, 이내 검은 안개로 변해 두 사람을 덮치려 했다.
"이건 진짜가 아니야!"
유진은 정신을 차리고 소하를 향해 소리쳤다.
"소하, 눈을 떠! 우리를 속이려는 함정이야!"
소하는 그의 외침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검은 안갯속에서 서준의 손을 뿌리치며 외쳤다.
"넌 내 동생이 아니야!"
두 사람은 각자의 환영을 떨쳐내고 빛을 향해 돌진했다.
빛 속에는 오래된 석상이 하나 서 있었다. 그 석상은 손에 작은 열쇠를 쥐고 있었다. 열쇠는 마치 생명체처럼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이게 바로… 우리가 찾아야 할 시간의 열쇠인가 봐."
유진은 조심스레 열쇠를 손에 쥐며 말했다.
소하는 열쇠를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이 열쇠로 무엇을 해야 하는 거지? 그냥 이걸로 시간이 회복되는 건 아니잖아."
그때, 숲 속에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의 열쇠는 선택의 도구일 뿐이다. 진정한 균형을 이루려면, 너희는 스스로의 선택을 완성해야 한다."
그 목소리는 숲의 수호자, 한 늙은 현자의 것이었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빛 속에서 걸어 나왔다.
현자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열쇠는 단순한 도구에 불과하다. 너희가 진정한 용기를 낼 준비가 되었는지 시험해야 한다. 각자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유진은 결심한 듯 말했다.
"소중한 것을 포기하더라도, 이 열쇠로 세상을 구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 길을 택하겠어."
소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여기까지 온 이상, 우리의 선택을 끝까지 믿을게요."
현자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다. 그럼 열쇠가 너희를 시험할 것이다. 진실의 문을 열고, 각자의 답을 찾아라."
유진과 소하는 열쇠를 들고 숲 깊숙한 곳에 있는 거대한 문으로 다가갔다. 문은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표면에는 고대의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유진이 열쇠를 문에 꽂자, 문이 천천히 열리며 강렬한 빛이 쏟아져 나왔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문 너머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은 각자의 가장 깊은 두려움과 직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