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네 개의 길(1편)
2장 : 네 개의 길(1편)
페레타와 마가레타는 지상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들은 동서남북으로 이어지는 네 갈래의 길을 마주하고 있었다. 각 길의 끝에는 다른 신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페레타는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골랐다. 네 신과의 대면은 단순한 만남이 아닐 터였다. 그들은 지금의 세상을 부정하며 저마다의 이상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인간과 지상에 불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어디로 먼저 갈 것인가?” 마가레타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무겁고 단호했지만, 어딘가 조심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서쪽으로 가야 해.” 페레타는 결심한 듯 대답했다. “이든이 가장 먼저 균형을 잃고 있는 것 같아. 그녀는 자연을 지키는 사명을 가지고 있지만, 그 힘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게 분명해. 그녀와 먼저 대화를 나눠야 해.”
마가레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든은 자연의 여신이지만, 그녀의 분노는 인간들에게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어. 그 분노를 달래지 못한다면 그녀의 힘은 끝없는 파괴로 이어질 거야.”
그들은 서쪽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길은 숲으로 이어졌고, 점점 더 울창해지기 시작했다. 하늘은 나무들에 가려 보이지 않았고, 공기는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주변에는 이든의 힘이 깃든 흔적들이 보였다. 나무들은 비정상적으로 크게 자랐고, 덩굴들은 길을 막으며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숲이 살아있어,” 마가레타가 낮게 속삭였다. “이든의 힘이 점점 폭주하고 있다는 신호야.”
페레타는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녀의 눈에 한 마리의 새가 보였다. 그 새는 이든의 전령처럼 보였다. 날개는 초록빛으로 빛났고, 부리에는 작은 잎사귀를 물고 있었다. 새는 페레타를 바라보더니 날아올랐다.
“우릴 안내하려는 걸까?” 그녀는 마가레타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면 우리를 시험하려는 걸지도 모르지.” 마가레타는 경계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들은 새를 따라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갔다. 이든의 영역은 점점 더 강렬한 기운을 발산했다. 나무들은 마치 살아있는 듯 움직였고, 그들의 발소리에 반응하는 듯했다. 페레타는 자신을 감싸는 이 힘을 느끼며 이든의 고뇌가 무엇인지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숲의 중심부에 도달했을 때, 그들은 마침내 이든을 마주했다. 그녀는 나무로 이루어진 왕좌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긴 머리는 덩굴처럼 숲과 연결되어 있었고, 그녀의 눈은 짙은 녹색으로 빛났다. 그녀의 주변에는 작은 동물들과 새들이 모여들어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냉정하고, 그 눈빛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페레타,” 이든이 낮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나무가 흔들리는 듯한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네가 왜 여기에 왔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경고하겠다. 내 영역에 발을 들인 이상, 네가 나를 설득하지 못하면 이 숲에서 나갈 수 없을 것이다.”
“이든,” 페레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는 너와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나는 너의 고통을 이해하려고 왔다. 네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분노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이든은 페레타를 노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간들이 내 숲을 파괴하고 있다. 나의 아이들, 나무들과 동물들이 그들의 욕심으로 인해 죽어가고 있어. 나는 그들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다.”
“하지만 네 분노가 지나치면, 자연도 스스로를 파괴할 수 있어,” 페레타가 말했다. “나는 네가 고통받고 있다는 걸 이해해. 하지만 그 고통이 세상을 더욱 황폐하게 만들게 놔둘 순 없어.”
“그렇다면 넌 내게 무엇을 제안할 건가?” 이든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나는 단지 내 영역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인간들이 멈추지 않는다면, 나 역시 멈출 수 없다.”
마가레타가 나섰다. “우리가 인간들을 설득하겠다. 네가 너의 힘을 조금만 거둔다면, 인간들에게 다시 한번 자연을 존중하는 법을 가르칠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그 기회를 네가 줄 수 있겠는가?”
이든은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주변을 감싸고 있던 덩굴들이 천천히 움직임을 멈췄다. 그녀는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다. 하지만 한 가지 약속해야 한다. 만약 인간들이 또다시 나의 경고를 무시한다면, 나는 그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페레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했다. “우리는 너의 경고를 전하고, 인간들과 자연 사이의 균형을 되찾도록 노력할 것이다. 너를 실망시키지 않겠다.”
이든은 손을 들어 올려 숲의 길을 열었다. “그럼 가라. 하지만 기억해라, 내가 다시 분노하게 된다면 그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페레타와 마가레타는 이든의 경고를 가슴에 새기며 숲을 빠져나갔다. 그들의 여정은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