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네 개의 길 (2편)
2장: 네 개의 길 (2편)
숲을 빠져나온 페레타와 마가레타는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골랐다. 서쪽의 숲에서 이든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든의 분노는 깊었고, 그녀의 신념은 단단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자연에 대한 사랑은, 아직 세상과의 연결을 완전히 끊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하지?" 마가레타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경계심이 묻어 있었다.
페레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숲의 울창한 나무들 뒤로 보이지 않던 별들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밤하늘은 카세포라의 영역이었다. 별자리 신인 그녀는 지상의 운명을 움직이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별들이 점점 빛을 잃고 있다는 소식은 불길했다.
“카세포라에게 가야 해,” 페레타가 대답했다. “별들이 사라지면 세상의 운명이 흔들릴 수 있어. 그녀가 왜 자신의 힘을 잃어가고 있는지 알아봐야 해.”
마가레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가리켰다. “동쪽으로 가자. 그녀는 별들이 떠오르는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들은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동쪽으로 향할수록 밤은 더 깊어졌고, 하늘의 별들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빛은 일정하지 않았다. 별들은 마치 깜빡이는 초처럼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카세포라가 무언가를 조율하려 하고 있어,” 마가레타가 낮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힘이 뭔가에 방해받고 있는 게 분명해.”
페레타는 마음이 무거웠다. 별자리 신의 힘은 세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녀의 별들이 사라지면, 인간들은 방향을 잃고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길의 끝에는 드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었다. 그 중심에는 하늘을 향해 뻗은 커다란 수정탑이 서 있었다. 탑은 빛나는 별빛을 반사하며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페레타와 마가레타가 탑에 다가서자, 카세포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수정탑의 꼭대기에 서 있었다. 그녀의 긴 검은 머리는 밤하늘처럼 반짝였고, 눈은 별빛처럼 빛났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본 그녀의 표정은 지쳐 보였다. 그녀의 눈가에는 고뇌가 서려 있었고, 그녀의 손은 탑의 수정 표면을 꼭 붙들고 있었다.
“페레타,” 카세포라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고요한 절망이 담겨 있었다. “내 별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 세상이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다.”
“그게 무슨 뜻이지?” 페레타가 물었다.
“인간들이 더 이상 하늘을 바라보지 않아,” 카세포라가 대답했다. “그들은 밤하늘을 잊고, 인공의 빛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어. 나의 별들은 인간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존재하지만, 그들이 나를 외면한다면 별들의 빛은 점점 희미해질 수밖에 없어.”
페레타는 그녀의 말에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인간들이 너를 잊는다고 해서, 네가 스스로를 잊어서는 안 돼. 네 별들은 여전히 하늘에 존재하고 있어. 그들의 빛이 희미해지는 것은 네가 포기하려 하기 때문이 아니야?”
카세포라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페레타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인간들에게 외면받는다는 사실이 그녀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마가레타가 나섰다. “별들의 빛은 인간들에게만 의존하는 게 아니야. 그들은 세상의 운명과 연결되어 있어. 네가 별들의 빛을 다시 밝힐 방법을 찾아야 해. 인간들에게 네 존재를 다시 알리려면, 먼저 네가 너의 힘을 회복해야 한다.”
카세포라는 잠시 침묵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희미한 결의가 떠올랐다. “네 말이 맞아. 내가 먼저 내 별들의 빛을 되찾아야 해. 하지만 그것을 위해선 너희의 도움이 필요해.”
“어떻게 도와주면 되지?” 페레타가 물었다.
“내 별들의 빛은 이 세상의 균형에 달려 있어,” 카세포라가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 세상은 혼란 속에 빠져 있어. 자연, 인간, 그리고 신들 사이의 조화가 무너졌기 때문이야. 내가 너희를 도우려면, 너희가 그 균형을 회복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해.”
페레타는 카세포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우리가 그 균형을 되찾을 거야. 그리고 네 별들도 다시 빛날 수 있도록 도와줄게.”
카세포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페레타. 너와 마가레타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을게. 이제 다음 길로 나아가도록 해. 나는 별들을 지키며 너희를 도울 준비를 하겠다.”
그들은 카세포라와 작별을 고하고 다시 길로 나섰다. 다음은 불의 신, 봉휘가 있는 남쪽이었다. 그의 분노는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불길로 타오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페레타와 마가레타는 그 불길을 막을 준비를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