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네 개의 길 (3편)
2장: 네 개의 길 (3편)
페레타와 마가레타는 카세포라와 헤어진 뒤 남쪽으로 향했다. 불의 신 봉휘가 기다리고 있는 화염의 대지로 가는 길은 점점 더 메말라갔다. 땅은 갈라져 있었고, 먼지는 바람에 휘날렸다. 지평선 너머로는 타오르는 불길이 아지랑이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봉휘는 분노로 불길을 키우고 있어, " 마가레타가 말했다. "그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겠지? 하지만 이 분노가 멈추지 않으면 세상은 잿더미가 될 거야."
페레타는 입술을 깨물었다. 봉휘는 인간들에게 불을 선물한 존재였다. 그 불은 따뜻함과 삶을 가능하게 했지만, 지금은 그 힘이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무분별하게 사용되며 세상을 위협하고 있었다.
그들이 화염의 대지에 다다랐을 때, 봉휘는 이미 그곳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거대하고 위압적이었다. 그의 몸은 마치 용광로처럼 뜨거운 빛을 발했고, 그의 눈에서는 화염이 일렁였다. 그 주위의 땅은 이미 타들어가 있었고, 공기는 숨이 막힐 만큼 뜨거웠다.
“페레타,” 봉휘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용암이 터져 나오는 소리 같았다. “왜 이곳에 온 거지? 나를 막으러 온 건가?”
페레타는 조심스럽게 그의 앞에 섰다. “막으러 온 게 아니야, 봉휘. 네가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 알고 싶어.”
봉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인간들은 나의 선물을 파괴의 도구로 바꿨다. 나는 그들에게 삶을 선물했지만, 그들은 그 불로 서로를 해치고 세상을 태우고 있어. 내가 그들을 심판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더 이상 구원받을 수 없을 거야.”
마가레타가 한 걸음 나섰다. 그의 차가운 기운이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한결같았다. “하지만 네가 세상을 모두 불태운다면, 너 역시 파괴자가 될 뿐이야. 너는 그들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이곳에 있는 거잖아.”
봉휘의 눈이 번뜩였다. “그들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선 강력한 경고가 필요하다. 그들이 나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결코 변하지 않을 거다.”
페레타는 봉휘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네 말이 맞아, 인간들은 변화를 두려워해. 하지만 두려움으로만 그들을 다스릴 수는 없어. 네 불길은 생명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지 않니? 인간들에게 네가 주었던 그 따뜻함과 희망을 되찾게 해 줄 방법을 찾아야 해.”
봉휘는 잠시 침묵했다. 그의 분노는 아직 가라앉지 않았지만, 페레타의 말에는 진실이 담겨 있었다. 그는 불길을 키우는 대신, 손을 들어 공중에서 불꽃을 잡아 보였다. 그 불꽃은 처음엔 거칠고 위협적이었지만, 점차 부드럽고 온화한 빛으로 변했다.
“내 불길은 생명을 지키기 위해 존재했지,” 봉휘가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지금 인간들은 내 불의 본질을 잊어버렸어. 그들에게 다시 가르칠 방법이 있을까?”
페레타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네가 그들을 완전히 심판하기 전에, 기회를 주자. 네 불길이 여전히 세상을 밝히고 따뜻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보여줘.”
봉휘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내가 잠시 불길을 멈추겠다. 하지만 만약 그들이 내 경고를 무시한다면, 다시 이 불길을 일으킬 것이다.”
그의 약속을 얻은 페레타와 마가레타는 다시 길을 떠났다.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신화 속의 존재, 마가레타가 경고했던 네 번째 길이었다. 그것은 그들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불확실한 운명을 향한 길이었다.
“마지막 길은 어디로 이어지는 걸까?” 페레타가 물었다.
마가레타는 묵묵히 하늘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마지막 길은 너 자신에게 달려 있어. 지금까지 만난 신들의 분노와 슬픔은 모두 네 결정으로 해결될 거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너 또한 스스로와 싸워야 할 거다.”
그 말에 페레타는 깊은숨을 내쉬며 다시 한 걸음을 내디뎠다.
네 번째 길은 그녀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킬 진정한 시험이 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