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네 개의 길 (4편)
2장: 네 개의 길 (4편)
페레타와 마가레타는 봉휘의 화염 대지를 뒤로하고 네 번째 길로 향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뚜렷한 목적지가 없었다. 마가레타가 말한 "마지막 길"은 어딘지 모를 곳으로 이어져 있었고, 그것은 그들의 여정에서 가장 불확실한 여정이었다.
길은 점점 황폐해지고, 땅은 그들 발아래에서 부서질 듯 갈라져 있었다. 하늘은 낮과 밤의 경계조차 사라져, 끝없이 이어지는 회색빛으로 뒤덮여 있었다.
“여긴 어디지?” 페레타가 물었다.
“우리가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는 곳,” 마가레타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희미한 공허함을 담고 있었다. “여긴 네가 가장 두려워하는 진실과 마주해야 하는 장소일지도 몰라.”
그 순간, 주변의 공간이 일렁이며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은 지하세계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페레타가 매년 머물렀던 하데스의 왕국과는 조금 달랐다. 이곳의 지하는 더 거대하고, 더 어둡고, 더 무거운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이곳이 네 진짜 집이라고 생각한 적 있어?” 마가레타가 조용히 물었다.
페레타는 그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그녀는 이 지하세계가 자신을 속박한 감옥임을 알고 있었지만, 동시에 그녀의 존재를 가장 명확히 드러낸 곳이기도 했다. 그녀는 죽음과 생명의 경계를 지키는 자였다. 그 사실은 그녀를 정의하는 동시에 그녀를 가두고 있었다.
그들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땅은 그녀의 기억과 두려움을 비추었다. 그녀가 하데스에게 납치당했던 순간, 데메테르가 그녀를 찾아 미치도록 괴로워했던 순간, 그리고 그녀가 자신을 잃어버린 듯 느꼈던 모든 시간이 환영처럼 스쳐 지나갔다.
“네가 이곳에 묶인 이유를 스스로 이해해야 해,” 마가레타가 말했다. “지상의 신들이나 인간들과의 문제는 결국 네가 스스로의 운명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거야.”
“나는 내 운명을 선택한 적 없어!” 페레타가 외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공간 속에 메아리쳤다. “나는 단지 누군가의 딸이자 누군가의 아내였을 뿐이야. 하지만 나 자신으로 살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
그 순간, 땅이 크게 흔들리며 갈라졌다. 그 갈라진 틈에서 한 여인이 걸어 나왔다. 그녀는 페레타와 똑같이 생겼지만, 눈빛은 차갑고 날카로웠다.
“너가 너 자신으로 살고 싶다면, 먼저 나를 이겨야 할 거야,” 여인이 말했다. “나는 네 안에 있는 두려움이자 분노야. 네가 지하세계에 묶였던 이유는 하데스 때문이 아니야. 네가 네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지.”
페레타는 움켜쥔 손을 풀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네가 옳을지도 몰라,” 그녀가 낮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거야. 너는 나의 일부일 뿐이야. 내가 널 이겨야만 한다면, 그렇게 하겠어.”
두 존재는 서로를 향해 걸어갔다. 그들의 충돌은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 페레타가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기 위한 여정의 절정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어둠과 마주하며, 동시에 그 어둠을 끌어안으려 했다.
시간이 멈춘 듯 느껴지는 순간, 페레타는 그녀 앞에 서 있는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끌어안았다. “너는 나야,” 그녀가 속삭였다. “그리고 나는 너야. 이제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해.”
그 순간, 공간은 다시 한번 일렁이며 붕괴되었다. 페레타는 마가레타와 함께 원래의 길 위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이전보다 단단하고, 그녀의 발걸음은 더 확고해졌다.
“이제 네 번째 길의 끝을 본 거야,” 마가레타가 말했다. “이제 남은 건 네가 선택한 길을 따르는 것뿐이야.”
페레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