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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레타]

3장: 신들의 연합 (12편)

by FortelinaAurea Lee레아

3장: 신들의 연합 (12편)


새벽빛이 들판을 물들이며, 페레타는 다시 신들의 연합이 모여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자리에 모인 이든, 카세포라, 봉휘, 그리고 마가레타의 표정에는 각기 다른 감정이 엿보였다. 그들 모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간들을 변화시키려 노력했지만, 인간 세계의 반응은 미미하거나 아예 없었다.


페레타가 다가오자 봉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인간들에게 불길을 보냈다. 그것은 그들에게 경고이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불꽃이었지.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또다시 무기로만 사용하려 들었다. 나의 분노는 끝이 없을 것이다.”


“별들 역시 침묵하고 있어.” 카세포라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인간들은 더 이상 하늘을 바라보지 않는다. 그들은 발아래에 떨어진 그림자만을 본다. 나의 별빛은 그들에게 무의미한 장식일 뿐이야.”


이든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숲은 점점 죽어가고 있다. 나의 자연은 인간들의 욕심에 의해 사라지고 있어. 나의 목소리는 그들에게 단지 소음에 불과한 듯하다.”


마가레타는 고요히 그들의 말을 듣다가 페레타를 바라보았다. “이제 우리의 연합이 실패한 것인가?”


페레타는 침묵 하며 눈을 감았다. 그녀는 그들이 처한 상황이 절망적으로 보일지라도 아직 희망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희망의 싹을 어떻게 피워낼지 고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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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페레타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인간들에게 강요하는 방식으로는 그들에게 변화를 가져올 수 없어. 변화는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그들에게 ‘길’을 보여주는 것이다.”


봉휘가 그녀를 쏘아보았다. “길을 보여준다고? 인간들은 이미 무수히 많은 길을 보았지만, 그 길을 스스로 망쳤어. 내가 보기엔 그들에게는 더 이상 선택할 자격조차 없어.”


“아니야,” 페레타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들이 실패한다고 해서 그들의 가능성까지 부정할 순 없어. 우리가 연합한 이유는 그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야. 그들을 벌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을 치유할 기회를 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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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말에 이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지? 그들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길을 보여주는 방법이란?”


페레타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각자의 방식으로 우리 모두의 힘을 융합해 하나의 상징적인 메시지를 남기자. 그것은 단순한 경고나 위협이 아니라, 희망과 생명에 대한 가능성을 담아야 해. 그들이 그 메시지를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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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신들은 힘을 모아 하나의 기적을 만들었다. 봉휘의 불길은 생명을 품은 따스한 온기가 되었고, 이든의 숲은 그 불길 속에서 새로운 나무를 싹틔웠다. 카세포라의 별들은 인간들의 머리 위로 떨어져 희미하지만 아름다운 빛으로 하늘을 채웠고, 마가레타의 얼음은 들판을 따라 은빛 강을 만들어냈다.


페레타는 그 모든 힘을 하나로 묶어, 인간들에게 보낼 마지막 메시지를 완성했다. 그것은 거대한 들판 위에 새겨진 꽃 모양의 문양이었다. 그 문양은 자연, 별, 불, 얼음, 그리고 생명의 모든 요소를 담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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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어 인간들이 들판에 모여들었을 때, 그들은 그 문양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것은 단순한 예술품이 아니었다. 그것은 신들과 인간이 함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상징하는 메시지였다.


“이것이 무슨 뜻일까?”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러나 페레타는 그들의 반응을 보지 않았다. 그녀는 조용히 신들의 연합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이제 그들이 선택할 차례야.”


봉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선택이 무엇이든, 우리 모두는 더 이상 후회하지 않을 거야.”


그렇게 신들의 연합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상에는 그들의 메시지가 오래도록 남아, 세상의 변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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