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지상의 봄 / (1편)
4장: 지상의 봄
지상의 봄은 평소보다 늦게 찾아왔다. 인간들은 이상 기후라며 걱정했지만, 아무도 그 원인을 알지 못했다. 페레타와 다른 신들은 지상에서 변화를 위한 실험을 시작했다. 그들은 인간들에게 신들의 존재를 암시하는 작은 사건들을 일으켰다. 숲에서 자라나는 기이한 꽃, 밤하늘에 나타나는 미지의 별, 갑자기 타오르는 불길... 이 모든 것이 인간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신들의 시도였다.
그러나 인간들은 이를 경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이용하려 들었다. 페레타는 인간들의 탐욕과 어리석음에 실망했지만, 동시에 희망을 품고 있었다. 인간들 사이에는 여전히 자연을 사랑하고, 하늘을 바라보며 별의 움직임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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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지상의 봄 (1편)
아직도 찬바람이 부는 새벽녘, 페레타는 인간 세상에 내려왔다. 그녀는 오랜만에 발끝에 느껴지는 풀잎의 촉감과 코끝에 스치는 흙냄새에 숨을 고르며 천천히 걸었다. 그녀의 주변에는 여전히 겨울의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작은 징조들이 보였다.
숲 가장자리에서 노랗게 핀 작은 꽃 한 송이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페레타는 무릎을 굽혀 꽃을 손끝으로 어루만졌다. “아직 살아 있구나,” 그녀가 작게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꽃은 그녀의 손길을 따라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고, 마치 주변 공기까지 따스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앞에 펼쳐진 숲은 점점 더 황폐해지고 있었다. 나무들은 절반 이상이 벌목되어 쓰러져 있었고, 곳곳에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었다. 이든이 말한 인간들의 무분별한 행동이 바로 이곳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페레타는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갔다. 이든이 만든 작은 숲의 신전으로 불리는 장소였다. 이든은 거기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도 봤겠지.” 이든은 페레타가 다가오자 차갑게 말했다. “인간들은 내 경고를 무시했어. 숲을 더 황폐하게 만들었지.”
“하지만 네가 보지 못한 것도 있어,” 페레타는 조용히 말했다. “저기 봐.”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작은 나무 묘목을 가리켰다. 그 묘목은 인간들 중 누군가가 심은 것이었다.
이든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건 하나의 예외일 뿐이야. 대부분의 인간들은 나를 두려워하거나 무시하지. 그들은 자연을 이용하려고만 해.”
페레타는 고개를 저었다. “예외는 곧 시작이 될 수 있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런 작은 시작을 키우는 거야. 인간들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
이든은 한동안 페레타를 응시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한 번 믿어 보지. 하지만 그들이 다시 나를 배신한다면, 난 물러서지 않을 거야.”
그날 밤, 페레타는 숲에서 나와 마을로 발길을 옮겼다. 인간들 속에서 희망을 찾기 위해. 그녀는 작은 마을의 광장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디선가 아이들이 웃으며 뛰어노는 소리가 들렸고, 한쪽에서는 농부들이 논밭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인간들 속에는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생명의 의지가 있었다. 그들이 탐욕과 어리석음 속에 잠겨 있을지라도, 희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희망을 키우는 거야,” 그녀는 스스로 다짐하며 광장을 떠났다.
숲에서는 이든이, 하늘에서는 카세포라가, 불의 중심에서는 봉휘가, 그리고 얼음의 땅에서는 마가레타가 각자의 방식으로 인간들에게 작은 메시지를 남기기 시작했다.
이든은 숲의 가장자리에 다시 꽃을 피워냈다. 카세포라는 별빛으로 길을 만들었고, 봉휘는 황폐한 땅에 생명을 불러일으켰다. 마가레타는 얼음의 투명한 조각 속에 인간들이 볼 수 있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들의 행동은 인간들 사이에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일부 사람들은 그 신비로운 현상을 경외했고, 또 다른 사람들은 두려워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들이 더 이상 그것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페레타는 언젠가 올 완전한 봄을 기다리며, 인간들과 신들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