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새로운 시대의 서막 (1편)
6장: 새로운 시대의 서막 (1편)
지하세계의 문이 닫히고, 페레타가 하데스와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진 지 몇 달이 지났다. 그러나 그녀의 존재는 여전히 지상에 남아 있었다. 봄이 시작되며, 그녀의 기운이 깃든 꽃과 나무가 움트기 시작했고, 인간들은 변화의 조짐을 느꼈다.
하지만 신들의 경고가 모두에게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인간들 사이에는 혼란과 갈등이 남아 있었고, 일부는 변화에 저항했다. 그들 중에는 신들을 부정하는 이들도 있었고, 또 다른 이들은 신들의 힘을 탐내며 금단의 지식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어느 날 밤, 달빛이 희미하게 비치는 숲 속에서 한 남자가 홀로 어둠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한때 신들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제사장이었지만, 이제는 인간의 힘만으로 운명을 개척하려는 무리와 손을 잡고 있었다.
"신들은 우리를 돕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를 시험할 뿐이지."
그의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그가 손에 쥐고 있는 검은 수정구가 희미한 빛을 발하며 그 속삭임을 증폭했다.
그때, 바람이 불며 나뭇가지가 흔들렸다. 한 인영이 나무 뒤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검은 망토를 두른 채, 깊은 두건 속에서 붉은 눈동자가 빛났다.
"네가 찾는 힘을 줄 수도 있지. 하지만 대가는 따를 거다."
제사장은 두려움과 기대가 섞인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 대가가 무엇이든, 신들을 무력화할 수 있다면 기꺼이 치르겠소."
그림자 속 존재는 미소 지으며 손을 뻗었다. "좋아. 그렇다면 우리와 함께하라. 곧, 지상과 지하는 완전히 뒤바뀔 것이다."
그 시각, 깊고 푸른 바다 아래에서는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심상치 않은 해류의 변화를 감지했다. 몇 년 전부터 지상에서 신들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면서, 신들의 힘도 점점 쇠퇴하고 있었다. 특히 바다는 더욱 불안정해졌다.
포세이돈의 신전에서, 그의 여사제들은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
"주군이시여, 바닷속 균열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만약 저 균열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크기로 커진다면..."
포세이돈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푸른 삼지창을 움켜쥐었다. "그것은 단순한 균열이 아니다. 무언가가 바닷속에서 깨어나려 하고 있다."
그는 곧바로 신전의 중심으로 향했다. 바닷속 깊은 곳, 아무도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심연에는 오래전 봉인된 존재가 있었다.
"타르타로스의 감옥이... 흔들리고 있군."
포세이돈의 표정이 굳어졌다.
한편, 지하세계에서 페레타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녀의 꿈속에서, 한 소녀가 나타났다. 소녀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그녀의 눈동자는 별빛처럼 반짝였다.
"누구니?" 페레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녀는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 "나는 시간이야. 그리고 너는 선택을 해야 해."
"선택?"
소녀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균형이 깨지고 있어. 신들이 인간을 돕지 않기로 했을 때부터, 그 틈을 노리는 존재들이 나타났어. 네가 다시 지상에 가야 해. 그렇지 않으면..."
소녀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졌다.
페레타는 놀라서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의 곁에는 하데스가 앉아 있었다.
"악몽이라도 꾼 거냐?"
페레타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하데스, 뭔가 잘못되고 있어. 나는 다시 지상으로 가야 해."
하데스는 깊은 탄식을 내쉬었다. "너는 늘 인간을 걱정하는군."
페레타는 단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들은 변화를 시작했어.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어. 만약 우리가 돕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무너질지도 몰라."
하데스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이번엔 조심해라, 페레타. 네가 인간을 돕는다는 것을 안다면, 그들도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페레타는 미소를 지었다. "알아. 하지만 나는 봄의 여신이야. 어디든 봄이 필요하다면, 난 그곳에 있을 거야."
그렇게 해서, 페레타는 다시 지상으로 향했다.
그녀가 떠난 지하세계에는 신비로운 바람이 불었고, 하데스는 어딘가를 응시한 채 깊은 생각에 빠졌다.
지상에서는 이미 그림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포세이돈은 바다의 균열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결심했고, 한때 신들의 충실한 신봉자였던 인간들은 이제 신들의 힘을 빼앗으려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페레타는 또다시 새로운 운명을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