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어둠 속에서 깨어나는 것들 (2편)
6장: 2편
페레타가 지상으로 올라오는 길은 예전과는 달랐다. 지하세계를 떠나며 그녀가 밟고 지나가는 길마다 작은 새싹들이 움트고, 공기가 따뜻해졌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녀는 지상의 공기가 이전보다 무겁고 탁해진 것을 느꼈다.
"이건… 뭔가 잘못됐어."
페레타는 한적한 숲 속의 작은 마을에 발을 디뎠다. 한때 풍요롭던 이곳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들판은 거칠게 마르고, 나무들은 시들어 있었다. 사람들은 창문을 굳게 닫고, 거리에 나다니는 이들은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페레타는 마을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 중앙의 웅장한 나무가 죽어가는 듯 잎이 누렇게 변해 있었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손을 대자, 나무가 미세하게 흔들리며 낮은 신음 소리를 냈다.
"이 나무는… 고통받고 있어."
"거기 누구냐?"
갑자기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사냥꾼 차림을 한 남자가 활을 겨누고 있었다. 그의 눈은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여행자야." 페레타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이 마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
남자는 한참 동안 그녀를 관찰하더니, 마침내 활을 내렸다.
"마을에 저주가 내렸어. 몇 달 전부터 땅이 말라가고, 이상한 병이 돌기 시작했지. 사람들은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아이들은 이유 없이 사라져."
페레타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이들이 사라진다고?"
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몇몇 사람들은 신들의 분노라고 하지만, 나는 달라. 이건 신들의 저주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야. 어둠 속에서 깨어나는 무언가."
한편, 깊은 숲 속.
어둠에 휩싸인 성소에서 검은 망토를 두른 남자가 수정구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의 주위에는 마찬가지로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페레타가 돌아왔다."
그의 말에 성소 안이 술렁였다.
"그렇다면 우리의 계획이 더 빨라져야겠군."
"그 여신이 개입하면, 우리의 힘이 노출될 수도 있습니다."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그녀를 우리 편으로 만들면 되지. 그녀는 신들 중에서도 가장 인간들에게 가까운 존재다. 설득할 수도 있을 거야."
그러나 방 한구석에서 누군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만약 그녀가 우리의 뜻을 거부한다면?"
남자는 빛나는 수정구를 바라보며 낮게 속삭였다.
"그렇다면, 봄을 영원히 끝내야지."
마을에서 정보를 수집하던 페레타는 사라진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이 어딘지 알 수 있을까?"
마을 사람 중 한 명이 떨리는 손으로 숲의 방향을 가리켰다.
"아이들은… 숲 속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어요. 하지만 거기 가지 마세요. 그곳엔… 무언가가 있어요."
페레타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난 봄의 여신이야. 어둠이 퍼지는 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
그녀는 숲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달빛이 희미하게 길을 밝혔고, 새들이 이상하게도 조용했다.
그리고 그 순간.
바람이 불며, 속삭임이 들려왔다.
"페레타… 돌아왔구나."
그녀는 순간 멈춰 섰다. 목소리는 분명 어딘가에서 들려왔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누구지?"
그러자,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페레타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힘을 모았다. 그녀의 손끝에서 빛이 피어올랐다.
"네 정체를 밝혀."
어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붉은 눈을 가진 존재였다.
그것은 인간도, 신도 아닌 기묘한 모습이었다. 페레타는 한 걸음 물러서며 중얼거렸다.
"이건… 신들이 경고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일이야."
그녀는 이제야 깨달았다.
새로운 시대는 단순한 희망의 시대가 아니었다. 그것은 빛과 어둠이 다시 충돌하는 시대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녀가 직접 나서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