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6:03에 깨어나는 자
1. 06:03에 깨어나는 자
“숫자가 말할 수 있다면, 나는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매일 같은 시간, 06:03에 깨어났다.
햇빛도 어둠도 아닌 경계의 시간, 창문 밖에는 그늘진 색으로 물든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시계는 늘 정각이 아닌, 반드시 06:03을 가리켰다.
눈을 뜨면 손바닥 위에 떠오르는 숫자 하나. 오늘은 314.
그 숫자들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매번 그것들을 “듣는” 듯했다.
침묵 속에 단단히 박힌, 울림 없는 진동처럼.
첫 날엔 의미 없이 지나쳤고,
두 번째 날엔 숫자를 적어두었고,
세 번째 날엔 314를 나누어보기 시작했다.
“3.14… π… 원. 중심 없는 회전.”
그녀는 시계의 뒷면을 열었다. 바늘은 거꾸로 돌고 있었고, 그 중심엔 작은 종이 쪽지가 감겨 있었다.
‘너는 깨어나야 한다. 시간이 닫히기 전에.’
그때부터 시간은 숫자와 의미로 얽히기 시작했다.
침묵의 숫자는 그림자를 끌고 다녔고, 그림자들은 밤마다 그녀에게 귓속말을 속삭였다.
“06:03에 깨어나는 자는, 이미 세계의 이면을 본 자.”
“다음 숫자는 2701. 달을 열어라.”
그녀는 점점 더 숫자와 그림자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하루가 끝날 때마다 숫자가 하나씩 손에 새겨지고,
그 숫자는 하나의 문장을 만들고,
그 문장은 하나의 문을 열었다.
마지막 숫자는 000.
숫자의 끝.
소리 없는 시간.
그날, 그녀는 06:03에 깨어나지 않았다.
대신 세계가 그녀를 깨웠다.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숫자가 말할 수 있다면, 나는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것들 안에서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