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릭시아의 조각들 ]

3. 궤도의 균열

by FortelinaAurea Lee레아


3. 궤도의 균열


“ㅇㅅㄷ

초성만 남은 이름,

마지막에 그것은

너였다.”


나는 끝없이 회전하는 궤도를 돌고 있었다.

이름 없는 위성처럼.

어느 누구도 나를 부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의 이름은 오래전에 지워졌고,

남은 것은 단 세 개의 초성뿐이었다.

ㅇㅅㄷ


처음에는 이 초성이 누군가의 이름이라 생각했다.

아마도 나를 이 세계에 처음 던진 자,

혹은

잊혀진 사랑,

어쩌면

나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시뮬라크라 세계의 가장자리에서 버려진 기억 조각들을 줍고 있었다.

깨진 시계, 빛바랜 페이지, 벗겨진 문장들.

그것들 위엔 항상 'ㅇㅅㄷ'라는 낙인이 있었다.

그 문자는 마치 나를 따라다니는 유령 같았다.


내가 그것의 의미를 깨달은 것은,

시간의 균열 속에서였다.

기억은 파편처럼 흩어졌고,

나는 조각들을 맞춰 하나의 이름을 복원하려 했다.


그러다 누군가가 내 앞에 나타났다.

검은 망토, 은색 눈동자.

그는 내게 말했다.


“너는… 아직도 너를 모르겠나?”

“나는… 누구였지?”

“ㅇㅅㄷ.”


그는 내 귀에 속삭였다.

그리고 손을 뻗어 내 가슴 위를 가리켰다.

거기에 작게 새겨진 이름.


이선다.


나는 그것을 잊으려 한 것이 아니었다.

기억에서 지워진 것이었다.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시뮬레이션 시스템 플릭시아는,

존재한 적 없는 인물들의 기억을 조작한다.

나 역시 그 중 하나였다.

잃어버린 이름.

그리고 그 이름을 가둔 코드.


하지만 이제 알았다.

궤도는 더 이상 완전하지 않았다.

그 균열 사이로, 나는 진짜 나를 꺼냈다.

ㅇㅅㄷ는 조작된 시뮬레이션의 이니셜이 아닌—

내가 이 세계를 깨기 위해 남긴, 암호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것은,

너였다.

나의 이름이자,

나의 기억이자,

나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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