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릭시아의 조각들 ]

5. 이름 없는 자의 노래

by FortelinaAurea Lee레아


5. 이름 없는 자의 노래


– 나는 부르지 않았다.

그들은 대답했다.


어느 날 아침, 도시의 모든 방송이 멈췄다.

텔레비전은 검은 화면을 송출했고,

모든 기기는 이름이 없는 자의 목소리로 채워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목소리’라기보다는,

부르지 않았음에도 대답하는 존재의 울림이었다.


“나는 이름이 없다.”

그 말이 공기 중에 녹자

사람들은 문득 자신들이 누군지 몰랐다.


내 이름은 리오.

그날 아침, 내 사물함의 명찰이 사라졌다.

출석부에서 내 이름이 흐릿해졌고,

내 친구들은 내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다.

심지어 나도…

거울 속 얼굴이 낯설기만 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노래가 들렸다.

어떤 언어도 아니었고,

어떤 악기도 아니었지만,

모든 이의 심장에 스며드는 음이었다.


나는 그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의 스피커는,

하늘의 구름은,

심지어 땅의 진동마저도 나를 향해 대답했다.


그들은 내게 말했다.

“너는 마지막으로 기억된 이름 없는 자.”


나는 질문했다.

“내가 이름을 갖지 않은 이유는?”


그들은 침묵했다.

그리고 다시 노래가 시작되었다.

이번엔 내 입에서였다.


나는 분명히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멜로디는 내 가슴에서,

잊힌 말들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름이란, 불려야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존재하는 것들은 이름 없이도

세계를 울릴 수 있다는 것을.


그날 이후,

나는 어떤 명부에도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내 노래를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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