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릭시아의 조각들 ]

6. 라에노아의 시선

by FortelinaAurea Lee레아


6. 라에노아의 시선


– 그림자 문자의 방정식


눈으로 본 기억이

진짜라고 누가 말했는가.


라에노아는 시각이 없는 예언자였다.

아니, 시각이 없었다기보단,

눈을 감고 태어난 자였다.


세상은 언제나 라에노아를 불쌍하다고 했다.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자,

그러나 누구보다 진실을 먼저 말하는 자.

그녀는 보지 않고도 꿰뚫었다.

가려진 벽 너머의 것들을.

말해지지 않은 사건들의 순서를.


하지만 어느 날,

도시는 라에노아를 감금했다.

그녀가 ‘그림자 문자’를 해독했기 때문이다.


그 문자는 정식 언어가 아니었다.

빛과 빛 사이,

형체와 형체 사이,

없는 글자가 떠오르는 어둠의 수식.

고대의 건물 벽에,

가로등의 발 아래,

지워진 시간의 균열 속에 존재했다.


“그건 방정식이 아니라 저주다.”

도시의 수석 언어학자는 말했다.


“그건 저주가 아니라 기억 이다.”

라에노아는 웃으며 대답했다.

“눈으로 본 기억이 진짜라고… 누가 말했는가.”


감금된 지 13일째 되는 날,

라에노아는 처음으로 눈을 떴다.

그녀의 눈은 망막이 아닌,

그림자 그 자체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녀가 시선을 돌리자,

감옥의 벽이 거꾸로 된 문자로 물들었다.

“우리 모두는 거짓된 영상 속에서 살고 있다.”


그날 밤,

도시 전체의 기록 영상들이 지워졌다.


뉴스, 사진, CCTV,

모든 영상은 검은 안개로 대체되었다.


사람들은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우리가 믿은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들은 물었다.

“진짜를 본다는 건 무엇인가?”


라에노아는 조용히 말했다.

“말해지지 않은 언어가 너희를 지켜보고 있다.”


그녀는 사라졌다.

기억만 남았다.

아니, 기억마저도

진짜였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밤이 되면

어둠 속 어딘가에서

문자가 수식처럼 흐른다는 소문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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