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릭시아의 조각들 ]

7. 기억의 역류

by FortelinaAurea Lee레아


7. 기억의 역류

– 시계는 거꾸로 흐른다.


너는 어제가 되고,

나는 어제의 반대편에.


그날, 렉시코는 죽었다.

적어도, 그렇게 기록되어 있었다.


그러나 리카이는 알고 있었다.

그의 죽음은 기억의 시계가 반대로 돌기 시작한 시점이었다는 것을.


처음엔 작은 오류였다.

문을 나섰는데, 이미 돌아온 길이었다.

책을 펴려다 보니, 마지막 장부터 시작되었다.

말을 꺼냈는데, 상대는 이미 대답하고 있었다.


시간은 거꾸로 흐르고 있었다.

모두가 눈치채지 못한 채.

기억은 과거가 아닌 미래에서 조각났다.


리카이만이 감지했다.

그녀의 머릿속에 ‘어제’가 흘러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이 순간보다 앞선 어제.

하지만 그것은 오늘과 닮아 있지 않았다.


어제의 렉시코는 웃고 있었다.

“내가 죽지 않으려면, 네가 나를 잊어야 해.”

그 말은 현재의 리카이에게 도달했다.

시간의 강물이 역류하는,

기억의 가장 깊은 언덕에서.


그녀는 혼란에 빠졌다.

그를 기억하면 그는 사라지고,

잊으면 그는 살아난다.

그러나 살아난 렉시코는 더 이상

그녀가 사랑한 그가 아니었다.


“너는 어제가 되고,”

렉시코가 속삭인다.

“나는 어제의 반대편에 있을게.”


그녀는 결정해야 했다.

기억할 것인가,

잊을 것인가.


그리고 리카이는 시계를 벽에서 떼어냈다.

시간이 아닌 감정으로 그를 기억하기로.


그 순간,

시계는 멈추었다.

기억도, 현재도,

모두 그녀의 손 안에 정지되었다.


그곳엔 렉시코가 있었다.

죽지도, 살아있지도 않은,

단 하나의 감정으로 남겨진 존재.


세상은 여전히 앞으로 흐른다.

하지만 우리의 내면 어딘가에선

지금도 어제가,

조용히 역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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