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망각 유람선의 출항일지
8. 망각 유람선의 출항일지
출항일 : 기억의 마지막 날
목적지 : 없다
탑승객 : 스스로를 잊고 싶은 자들
유람선은 플릭시아의 서편 항구에서 조용히 떠났다.
기억을 지닌 자는 탈 수 없었고,
망각을 택한 자만이 그 갑판 위에 설 수 있었다.
선장은 말이 없었다.
항해사들은 눈을 감은 채 나침반을 돌렸다.
나침반은 항상 북쪽을 가리키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깊은 후회,
잊고 싶은 한 장면으로 침몰하려 했다.
“이 배는 어딘가로 가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떠나는 것이죠.”
어떤 탑승객이 속삭였다.
그들은 창밖으로 흐릿해지는 기억의 지도를 보았고
서로의 이름을 묻지 않았다.
모두가 언젠가의 자신을 닫아
바다에 흘려보내려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밤마다 유람선은 똑같은 꿈을 꿨다.
침몰, 탈출, 회귀, 그리고 다시 출항.
그 반복 속에서 누군가는 기억을 되찾았고,
누군가는 다시 그 기억을 유리병에 넣어 바다에 띄웠다.
망각은 파괴가 아니라 선택이었다.
기억을 버린 것이 아니라,
기억을 다시 껴안기 위한 유예였다.
항해 108일째,
선상 일지엔 단 한 문장이 적혔다.
“망각이 끝나는 곳에, 우리는 처음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