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파편 된 세계의 문지기
10. 파편 된 세계의 문지기
그는 이름이 없었다.
아니, 그 자신도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사람들은 그를 ‘문지기’라 불렀다.
파편 된 세계의 경계선에서
기억의 입자들이 흩날릴 때,
그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지나가려면, 질문을 남기시오.”
그는 대답이 아닌 질문을 요구했다.
왜냐하면 이 세계에선
답이 진실을 망가뜨리기 때문이었다.
지나가는 자들은 당황했다.
“답이 아니라 질문을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긴 플릭시아다. 조각난 언어의 끝.
당신의 질문이 세계의 균열을 정리할 겁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나는 누구입니까?”라 적었고,
어떤 이는
“그는 왜 떠났을까?”라 적었으며,
어떤 이는
“이건 왜 아름다웠던 거지?”라 남겼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질문은 날카로운 칼이 되었고,
그 칼이 시간을 가르고, 공간을 묶고,
사라진 조각들을 붙잡았다.
문지기는 단 한 번도 문을 통과하지 않았다.
그의 사명은
끝없이 질문을 수집하는 것.
왜냐하면
모든 질문은, 언젠가
다시 하나의 문장이 될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