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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李箱), 불안정한 좌표 위의 예언자]

by FortelinaAurea Lee레아


이상(李箱), 불안정한 좌표 위의 예언자


그는 겨우 27년을 살았다. 그러나 그 시간은 단순한 생애가 아니라, 예술의 미래를 앞질러 살아낸 시간의 돌출부였다. 이름은 김해경. 그는 글을 썼고, 그림을 그렸으며, 설계를 했다. 그러나 그는 그 무엇도 ‘정상적으로’ 하지 않았다. 그가 만든 건물은 도면에서 벗어나 있었고, 그가 그린 그림은 형태를 배반했으며, 그가 쓴 시는 언어를 부수고 숫자를 호출했다.


총독부의 건축과에서 근무하며 그는 제국의 기하학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러나 그 기하학 속에 틈을 만들고, 그 틈에서 *시(詩)*라는 불안을 꺼내 펼쳤다. 그의 시는 설명이 아닌 충격이었고, 해석이 아닌 지진(地震)이었다. 숫자가 몰려오고, 도형이 흔들렸으며, 문장은 파열음을 냈다. 시는 더 이상 정적이지 않았다. 그것은 움직였고, 진동했다. 그것은 사유의 기계였고 미래의 잔상이었다.


그는 모더니즘의 ‘선구자’가 아니라, 그 자체였다. 서울의 거리 위를 걷는 외로운 천재가 아니라, 시대를 찢고 나온 ‘낯선 존재’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낯섦 앞에서 항상 그렇듯, 이해하지 못했다. 사랑도, 문단도, 독자도 그의 곁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늘 떠났다. 여자 곁을, 종로의 거리와 병원을, 그리고 끝내 생을 떠났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야 그의 시를 읽는다. 아니라, 해독하려 한다. 이상은 시인이 아니라 암호 제작자였고, 그가 남긴 것은 시가 아니라 퍼즐이다.


*** 어쩌면, 가장 먼저 그 퍼즐을 맞춰본 이는, 식자공이 아니라... 활자를 주조하던 무명의 주물공이었을지도 모른다. 손에 묻은 납 냄새 속에서 이상은 살아 숨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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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기호의 폭발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려 했던 ‘암호 제작자’로 상상해봄


2025년 5월 16일


- 마가렛혜성이가 또 다른 건축가 친구에게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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