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Sky Bones (하늘의 뼈)]
제3장: 기억의 골짜기
아루는 도망쳤다.
하늘사냥꾼 제르의 시선에서, 서리군의 정체에서,
무엇보다도 자신의 어깨에서 튀어나온 그 빛의 날개에서.
그 날개는 더 이상 환영이 아니었다.
달빛 아래서도 희미하게 빛났고, 폐허 위를 날며 그가 '인간'이 아닌 어떤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는 걸 증명했다.
하지만 비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날개는 불안정했고, 심장은 날뛰었다.
무언가 기억 저편에서 밀려들듯이,
그는 이상한 풍경을 ‘기억’하고 있었다.
회전하는 크리스탈 도시
물처럼 흐르는 언어
사람들이 공중에서 걷던 거리
그것은 누군가의 기억이었다.
아루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너무도 익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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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물러가고, 희끄무레한 새벽이 다가왔을 무렵
그는 끝없는 협곡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은 기억의 골짜기라 불렸다.
그는 거기서 노파 하나를 만난다.
눈이 멀었지만,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날개 아이.”
노파의 말에 아루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당신은 누구시죠?”
“난 이 골짜기의 기록자다.
세상 모든 잊힌 기억은, 이 바위틈을 따라 흘러들지.
넌... 오래전 하늘에서 떨어진 별의 아이,
‘루비투스의 셋째 뼈’지.”
아루는 깃털을 내보이며 물었다.
“이 깃털은 대체 뭐죠?
왜 이걸 보면, 기억이 흘러들어오는 거죠?”
노파는 손가락을 까딱해 깃털을 손에 쥐었다.
깃털은 빛을 내며 노파의 손에서 공중에 떠올랐다.
“이건 단순한 새의 깃털이 아니야.
이건 ‘기억을 기록하는 구조체’야.
우리 조상은 하늘을 잃고, 기억을 저장했지.
하늘을 되찾을 자를 위해.”
아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 그게 저란 말인가요?”
노파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대신 돌 벽을 손으로 문질렀다.
그 벽엔 어떤 도형이 새겨져 있었다.
12개의 원.
그리고 그 중심에 뾰족한 날개 형상이.
“넌 아직 아무것도 아냐.
하지만 네가 찾을 ‘일곱 개의 날개뼈’가 완성되면,
그땐 하늘이 다시 열릴 거야.”
아루는 혼란스러웠다.
“‘하늘이 다시 열린다’는 게 무슨 뜻이죠?”
노파는 조용히 대답했다.
“죽지 않는 자들이 돌아온다는 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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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골짜기 바깥에서 광선이 터졌다.
아루는 깃털을 움켜쥐고, 노파를 보호하려 했다.
그러나 노파는 단호히 말했다.
“뒤돌아보지 마.
달려.
지금은 도망쳐야 할 때야.
다음 기억의 조각은 ‘파편의 도시’에 있다.”
“그게 어디죠?”
노파는 손끝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위가 아니라, 아래야.
가장 깊은 지하.
거기서 잊힌 신들이 잠들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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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는 뛰기 시작했다.
그의 날개는 다시 빛났고, 바람을 가르며 협곡을 날았다.
뒤편에선 누군가의 발걸음이 쫓아왔다.
하늘사냥꾼 제르가 아니었다.
새로운 추격자였다.
검은 장막 속에서 붉은 눈이 그를 향하고 있었다.
그 존재의 이름은 ‘노-시안(No-Xian)’.
망각의 중개상, 기억을 먹고사는 자들.
그리고 그들에겐 단 하나의 목적이 있었다.
“기억된 자를 삼켜라.
하늘은 다시는 열려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