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 (하늘의 뼈)]

제4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 (하늘의 뼈)]


제4장: 파편의 도시


지하로 이어지는 오래된 수직갱.

그 안으로 아루는 뛰어들었다.

어둠은 짙었고, 바람은 메마른 절규처럼 울부짖었다.


이곳은 잊힌 도시,

이름 없는 고대의 유적.

그러나 사람들은 이곳을 파편의 도시라 불렀다.

왜냐하면 이곳은 ‘과거의 조각들’이 산산조각 난 채로 박혀 있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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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는 손에 쥔 빛의 깃털을 꺼내 들었다.

깃털은 미세하게 떨렸고, 아래로 향하는 방향을 가리켰다.

마치 나침반처럼.


그는 신중하게, 그러나 빠르게 이동했다.

벽과 기둥은 반쯤 무너졌고, 천장은 언제 무너질지 모를 균열로 가득했다.

그리고 곳곳에 박힌 검은 수정은, 지나가는 이의 기억을 훔쳐내고 있었다.


그는 수정 하나에 손이 닿는 순간,

전혀 알지 못했던 풍경을 봤다.


거대한 의자에 앉아 눈을 감은 존재들.

그들에겐 날개가 있었고,

머리 위엔 ‘빛나는 원형 기호’가 떠 있었다.


우리는 이 세상 이전의 사람들이다.

하늘에서 태어났고, 스스로를 봉인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기엔 이 세계가 너무 느려졌기 때문이다.


그 영상은 사라지고, 아루는 숨을 몰아쉬었다.


“이건… 도대체 누구의 기억이야?”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건 ‘제1의 날개뼈’의 기억이다.”


아루가 뒤돌아보니,

그곳엔 붉은 망토를 두른 사내가 서 있었다.

그의 이름은 렌.

자신을 ‘파편 수호자’라 칭했다.


“날개를 찾는 자는 이 도시에서 세 가지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기억을 감당할 것, 망각을 넘을 것, 진실을 마주할 것.”


아루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됐어요. 그게 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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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시험: 기억을 감당할 것


렌은 아루를 한 방으로 인도했다.

그 방 안엔 수천 개의 거울이 있었다.

그 거울마다 다른 장면이 비쳤다.


어린 시절,

낯선 전쟁,

붕괴된 별의 풍경,

불타는 하늘섬.


“거울을 만져.

네가 누구였는지, 얼마나 무겁게 기억을 지니고 있는지 봐야 한다.”


아루는 한 거울을 선택해 손을 얹었다.


그 순간,

그는 아루가 아닌 누군가가 되었다.


검은 갑옷을 입은 천공병사.

그는 공중도시 '리모아'를 방어하던 최후의 전사였다.


수천의 적이 몰려올 때,

그는 명령을 어기고 ‘하늘의 뼈’를 발동시켜 도시를 통째로 봉인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모든 기억을 잃고,

지금 이곳에 아루로 태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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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는 숨을 몰아쉬며 현실로 돌아왔다.

렌은 조용히 말했다.


“넌 ‘도망자’이자 ‘수호자’였군.

기억을 감당했다면,

두 번째로 나아갈 자격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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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험: 망각을 넘을 것


이번엔 깊은 물길로 안내되었다.

그 물은 망각의 강.

손끝이라도 닿으면 자신의 이름조차 잃게 되는 저주받은 물이었다.


“건너야 해.

하지만 발끝 하나라도 닿으면 넌 널 잊어.

그럴 땐 날개도, 이름도 다 사라져.”


아루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기억 속의 길을 떠올렸다.

하늘에서 뛰어내렸던 자신의 첫 날갯짓.

그 바람을 믿고…

그는 공중으로 도약했다.


그러자 날개가 다시 빛났다.

몸이 뜨고, 그는 강 위를 날듯이 건넜다.

망각의 물은 손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렌은 미소 지었다.


“세 번째 시험이 남았다.

그건... 네가 가장 마주하기 싫은 진실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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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시험: 진실을 마주할 것


파편의 도시 중심부.

거대한 석관이 있었다.

그 안에는 제1의 날개뼈가 들어 있었다.


그러나 그걸 꺼내려는 순간—

석관이 갈라지며 한 인영이 솟아올랐다.


그것은 ‘아루’였다.

그러나 눈빛이 비어 있었다.

기억을 잃은 자, 공허한 자아.


진짜 자신과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너는 그깟 날개를 다시 얻겠다고…

천 개의 기억을 버리고, 수천의 생을 잊었어.”


공허한 아루가 칼날을 들었다.

“나를 이기지 못하면, 넌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전투가 시작됐다.

그러나 이건 단순한 싸움이 아니었다.

기억과 망각, 용기와 후회의 격돌이었다.


마지막 순간, 아루는 공허한 자아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말했다.


“나는 널 미워하지 않아.

우리는… 하나였어.”


그 순간,

공허한 자아는 사라졌고,

석관에서 날개뼈 하나가 떠올랐다.

그것은 빛나는 수정으로 된 뼈 한 조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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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은 조용히 말했다.

“이제 너는 첫 번째 진실을 가졌고,

또 하나의 기억이 너의 것이 되었다.”


그러고는 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서둘러야 해.

하늘사냥꾼 제르가 이 도시를 향하고 있다.”


아루는 날개를 펼쳤다.

첫 번째 날개뼈는 그의 등 뒤에서 미세한 울림을 냈다.


그리고 이제,

그는 다음 기억의 조각을 찾아 떠날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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