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37장 — 날개를 기억하는 자들
휘광함의 실험실 내부, 거대한 투명 캡슐 안에서 세란의 몸은 침잠한 듯 부유하고 있었다. 무중력에 가까운 상태, 전신에 부착된 신경 자극 패치에서 미세한 전류가 뇌파를 자극하고 있었다.
“기억해내… 네가 한때 날았다는 걸.”
키라의 목소리가 천천히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아린은 곁에서 손끝을 조심스레 허공에 문지르며 유전파동을 조정하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날카롭고도 깊었다.
“세란은 과거를 억눌렀어. 그 기억이 그를 지켜왔고, 동시에 가두고 있었지.
이제 그걸 깨야 해. 닉과 마주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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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 속 세란의 내면 — 의식의 바다
그는 서 있었다. 아니, 부유하고 있었다. 어디인지 모를 회색 하늘, 그 아래 뒤엉킨 시간의 잔해들.
유년기의 파편들, 전쟁의 불꽃, 잃어버린 동료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닉.
닉은 젊은 시절 그대로였다. 밝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함께 날았지. 기억나?”
세란은 고개를 젓는다.
“너는… 추락했어. 날아오르기 위해 모든 걸 버렸지. 동료도, 윤리도.”
닉은 잠시 슬퍼 보이다, 곧 다시 웃었다.
“그게 진화야, 세란. 무겁게 끌고 가는 것들을 떨쳐야 우리는 하늘로 갈 수 있어.”
세란은 침묵했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들었다.
그의 등 뒤에서, 희미하게 날개의 윤곽이 피어올랐다.
“아냐. 나는 끌고 갈 거야. 동료도, 기억도, 고통도. 그게 내 날개의 재료야.”
그 순간, 의식의 하늘이 찢어졌다. 금빛의 빛살이 그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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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 실험실 내부
투명 캡슐이 거세게 흔들리며 푸른빛을 뿜었다.
아린이 깜짝 놀라 외쳤다.
“그의 뉴로파동이 고조되고 있어요! 날개 신경핵이… 반응합니다!”
그리고…
세란의 등 뒤에서, 빛의 날개가 펼쳐졌다.
그것은 기계도, 유전자도 아닌 기억으로 짜인 영혼의 구조물이었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세란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이제 나도, 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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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닉의 우주요새 — 블랙하트 제로
닉은 느꼈다.
“세란… 너도 기억했구나.”
그는 천천히 뒤를 돌아, 그림자 속에서 걸어 나오는 인물에게 말했다.
“그를 막아야겠어. 날개를 가진 자가 또 하나 생겼다. 혼돈이 시작되기 전에.”
그림자 속에서 걸어 나온 자, ‘제로 윙’. 닉이 만든 최초의 날개 병기이자, 생명을 잃은 인간들의 기억으로 짜여진 존재.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마스터 닉.”
닉의 눈동자에 어둠과 광휘가 동시에 어른거렸다.
“날개는 선물이 아니라, 시험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