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38장 — 날개의 시험
우주의 암흑을 가르며, 은하령 7 구역 상공.
초거대 전함 블랙하트 제로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 표면은 살아있는 금속처럼 요동쳤고, 곳곳에 신경 섬유처럼 연결된 빛줄기들이 교차하며 맥동했다.
그 앞, 세란의 전투선 리베르노바가 선회하며 닉의 요새를 향해 돌진한다.
브릿지 안, 키라와 아린, 리브, 그리고 새로 합류한 옛 전우 나즈가 대기 중이다.
“전방 2만 킬로에 접촉 신호. 하나… 둘… 셋… 여섯. 모두 ‘제로 윙’ 개체입니다.”
리브가 고개를 들었다. “동일 파장. 세란의 기억 조각과 유사한 정신 구조야.”
아린이 소리쳤다.
“그들은 기억으로 만들어진 생체병기예요. 공격하지 않으면, 우리의 기억을 먹고 조종할 거예요!”
세란은 침착했다.
“기억은 무기가 될 수도, 날개가 될 수도 있어.”
그는 조종석에 앉아 조용히 말했다.
“리브, 아린. 동기화 준비. 나와 연결된 기억 구조체를 열어줘.”
“지금부터 이 전투는, 물리적 전투가 아니야. 기억과 의지, 그리고 마음의 싸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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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전 — 기억 전장(메모리 필드) 돌입
리베르노바에서 발사된 기억 동기화 장치가 시공간을 비틀며 전장을 기억의 바다로 바꾼다.
모든 우주 전투병기의 동작이 잠시 멈춘다.
시간이 얼어붙고, 공간이 흔들리고, 그리고—
그들은 ‘기억’으로 구성된 전장에 진입한다.
광활한 초평면 위, 하늘과 땅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
과거, 현재, 미래의 파편이 혼재된 세계.
‘제로 윙’ 1호가 나타난다.
그의 얼굴은 세란의 어릴 적 친구, '에일리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세란… 넌 나를 버렸지. 우리를 구하지 못했어.”
세란은 그를 가만히 바라본다.
“아니, 난 잊지 않았어. 그래서 너를 날개로 기억하고 있어.”
그 순간, 세란의 등에서 다시 빛의 날개가 펼쳐진다.
날개는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마치 사진, 소리, 향기, 감정으로 구성된 기억의 스펙트럼처럼 변화한다.
“자, 네가 진짜 기억이라면… 나와 함께 날 수 있어.”
세란은 날았다.
빛으로 구성된 날개를 펴고, 공중을 가르며 돌진한다.
그의 공격은 레이저도, 미사일도 아니다.
그것은 과거의 따스한 장면, 구름 너머 웃고 있던 어머니의 모습, 동료들과 맹세했던 별빛 아래의 대화.
그 기억들은 방패가 되고, 검이 되며 ‘제로 윙’의 기억을 찢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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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 — 닉의 개입
닉이 움직였다.
그는 기억 전장에 자신의 일부를 던져 넣는다.
“세란, 너는 착각하고 있어. 기억은 사람을 무겁게 해. 나는 날기 위해 다 버렸지.
고통, 후회, 심지어 이름까지.”
닉의 모습은 변형되며 ‘기억 없는 인간’, 즉 공허한 흑익체로 변모한다.
그는 ‘제로 윙’ 전체를 통제하며 전장을 왜곡하기 시작한다.
아린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는다.
“닉이… 우리의 기억을, 뽑아가고 있어요…!”
리브가 떨리는 손으로 전파장을 조정한다.
“세란! 너만이 막을 수 있어! 너만이… 진짜 날개를 가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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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맥스 — 진짜 날개란
세란은 최심부로 돌진한다.
그의 앞엔 수천 개의 날개 없는 존재들.
그들은 모두, 과거를 부정한 이들, 기억을 삭제한 병기들.
세란은 외친다.
“기억은 무거워. 날개를 짓밟기도 하지.
하지만 그걸 짊어질 용기가 있어야… 우리는 진짜로 날 수 있어!”
그는 빛의 날개로 하늘을 가르며, 닉의 본체를 향해 돌진한다.
모든 기억이 그에게로 쏟아지고, 그는 무너질 듯 흔들리지만—
그 안에서 오래된 소리 하나가 들린다.
“… 함께 날자, 형…”
어릴 적 동생의 목소리.
잊혀졌던 마지막 기억.
“그래… 날자.”
세란의 날개가 터지듯 퍼지고, 블랙하트 제로를 감싸며 폭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