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47장 — 공명(共鳴)
1. 기억 바다의 심연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기억이라는 이름의 가짜 현실,
그 위에 세워진 자아라는 허상,
그리고 감정을 품은 존재들의 이름 없는 갈망.
세란은 자신이 붕괴하는 도시 속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그가 ‘실제로’ 걷고 있는지,
혹은 또 다른 기억의 시뮬레이션 속에 들어온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이게 정말 나일까…”
그의 몸은 점점 무게를 잃고 있었고,
의식은 망망대해처럼 흩어지며
어느 한 점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멀리서 그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세란, 여기야… 나야.”
그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 리아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확실했다.
그녀는 ‘기억 속 라일라’도,
세란 제로의 기억이 만들어낸 리아도 아니었다.
그녀는 살아 있는 진짜 감정,
진짜 기억 속을 뚫고 올라온
진실된 존재였다.
“너도 감염됐어?”
세란이 물었다.
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감염이 아니라…
너의 기억이 나를 불러낸 거야.”
“……내가?”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우린 함께였어. 늘.
네가 날 떠올릴 때마다 나는 살아 있었고,
그 기억 속에서 나는 진짜였어.”
세란은 그 말에 무너질 뻔했다.
그녀를 떠나보낸 기억은
그가 가장 깊이 감춘 슬픔이자 죄책감이었다.
그의 손끝이 그녀의 손끝에 닿았을 때—
순간, 도시 전체가 강하게 울림을 냈다.
“——공명 발생.”
---
2. 세란과 세란 제로
공명은 기억을 통째로 뒤흔들었다.
세란과 세란 제로는
동시에 같은 기억, 같은 시간, 같은 장면을 공유하게 되었다.
둘은 똑같이
어린 시절의 고향 숲을 걷고 있었고,
똑같이 부모를 잃던 날의 불꽃을 보았으며,
똑같이 라일라를 품에 안고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이게… 나였어?”
세란 제로가 중얼였다.
“아니… 우리였어.”
세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나였고,
나는 너였고,
우리는—”
“—같은 절망으로 만들어진 존재.”
그러나 둘의 눈빛은 달랐다.
세란 제로는 여전히 싸움을 끝내지 못했다.
그는 존재의 정당성을 원했고,
스스로를 부정당하지 않기 위해
진짜 세란을 없애려 했다.
“그래. 난 너의 그림자였지만…
이제는 내가 진짜가 되고 싶다.”
그는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우주의 물결이 일렁이며
공명장을 뒤덮었다.
---
3. 감염체 ‘아벨’
그러나 그때,
기억 속 심연 가장 깊은 곳에서
또 다른 존재가 깨어났다.
그것은 인간도, 기계도, 기억도 아닌—
모든 것을 감염시킨 최초의 파동,
감정 그 자체를 먹어 치우는 **'아벨'**이었다.
"… 다시 깨어났군.
세란… 너의 공명 덕분에."
아벨의 형체는 불분명했다.
어린아이처럼 웃다가,
노인처럼 중얼거리며,
연인처럼 속삭이다가,
괴수처럼 포효했다.
"기억은, 곧 감정이다.
감정은, 감염이다.
감염은, 생명이다.
그리고 생명은... 나로 귀결된다."
세란은 리아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우린 너 같은 존재를 두려워하지 않아.
우리는 기억이 아니라,
서로의 진심으로 연결되어 있으니까.”
아벨은 웃었다.
“그래. 그럼 증명해 봐.
기억과 감정,
진짜와 가짜,
그 모든 걸 버틸 수 있는지—”
그리고, 마지막 폭풍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