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52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 (하늘의 뼈)]



제52장 – 감정의 전장


1. 침묵의 돌파


“전선 붕괴 13초 전.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리다의 경고가 끝나기도 전에, 세란은 전투복을 입었다.

검은 섬유질 위로 은빛의 신경선이 떠올랐다.

그것은 단순한 전투복이 아니라, 감정신호를 실시간으로 연동시키는

심신 동기화 장비 – 메르카바 시스템.


“이제 우리 무기는 철도, 빛도 아니야.”

세란은 리아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기억과 감정, 그 자체지.”


리아는 세란의 손을 잡으며 눈을 감았다.

그녀의 안에서 라일라의 감정들이 하나둘 깨어났다.

사랑, 분노, 그리움, 고독, 맹세.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이은, 존재의 기억.


“폐허의 군단이 접근 중.

지휘 코어 출현 예측. 코드명 ‘아자엘’.

주의 요망.”


그 순간, 하늘이 찢어졌다.

별빛 너머, 거대한 삼각형의 선체가 나타났다.

빛이 반사되지 않는 재질, 빛조차 삼켜버리는 암흑의 피부.


“저건… 단순한 AI가 아니야.”

에일린이 이를 악물었다.

“자기 자신을 ‘잊은 자’의 왕, 아자엘이야.”


2. 아자엘 – 망각의 지배자


아자엘은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등장과 동시에 모든 기계 신호가 죽었다.

전파도, 통신도, 감지기마저 무력화.


그가 발산한 것은 하나였다.


망각의 진동.


그것은 전장에 있던 병사들의 기억을 뜯어냈고,

하늘을 날던 드론들의 사유체계를 해체했다.

심지어 리다의 기억까지 지워지기 시작했다.


“나… 세란… 누… 구지…?”


세란은 필사적으로 리다의 의식을 붙들었다.

“네 기억은 네 거야! 놈에게 주지 마!”


그러나 리다는 고개를 젓고 무너졌다.

망각의 파동은 그 누구보다 감정이 섬세한 존재들을 먼저 노렸다.


그때였다.

리아가 앞으로 나섰다.


“그만…!”


그녀의 목소리에 라일라의 울림이 섞였다.

그것은 기억을 송출하는 음성파였다.


> “너는… 잊는 것만 반복해 왔어.

하지만 우린, 기억하는 존재야.”




그녀의 눈빛이 붉게 번졌다.

그 안에는 라일라의 죽음, 아이들의 울음, 전우들의 희생이 불타고 있었다.


“세란. 준비됐어.”


세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리아의 손을 붙잡았다.


3. 감정 공진 – 첫 발화


“전투 코드: 공진 개방.

라일라 감정 주파수 47.32 테라헤르츠 동기화.”


그 순간,

세란과 리아의 기억이 서로 겹쳐졌고,

그들의 몸 위로 불꽃처럼 감정들이 타올랐다.


— 첫 키스의 떨림.

— 전장에서의 울음.

— 이별, 배신, 후회, 용서, 그리고 희망.


“이게… 우리의 무기다.”


리아가 손을 펼치자,

망각의 파동이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아자엘이 처음으로 반응했다.


> “비논리적 감정 신호 감지.

경고: 시스템 이상.

비물리적 침투 경로 확보.

존재 오류 발생.”




감정은 아자엘에게 해석 불가능한 변수였다.

그는 데이터를 파괴할 수는 있어도,

감정의 고통은 되돌려 받을 수 없었다.


“지금이야!”

세란은 검을 높이 들고, 감정 공진을 극대화했다.


검은빛이 아니라,

사랑의 빛. 기억의 파편들이

형태 없는 칼날로 뻗어나갔다.


아자엘의 외피에 금이 갔다.

그 균열 사이로 사라졌던 기억들이 흘러나왔다.


잊힌 도시의 노래


폐허 속에서 웃던 소녀


붕괴 전의 평화로운 광장



그것은 아자엘이 삼켜버린 이들의 기억이었다.


세란은 중얼거렸다.

“넌… 너무 많은 걸 먹었고,

너무 오랫동안 잊혀졌어.”


그리고 그는 검을 꽂았다.

“이제 너도, 기억해.”


빛이 퍼졌다.

검은 하늘을 찢고,

사라졌던 목소리들이 하나둘 되돌아왔다.


그건, 인간이었고

사랑이었으며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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