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54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제54장 – 부활의 시퀀스


1. 침식당하는 자아


리아는 거울 앞에서 더 이상 자신의 이름을 댈 수 없었다.


> “나는… 리아야. 라일라가 아니야… 아니야…”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거울 속 얼굴은 라일라였다.

눈동자의 빛, 입꼬리의 곡선, 심지어 숨결조차 그녀와 같았다.

그녀의 뇌파는 이중진폭을 형성하고 있었다.

한쪽은 리아의 감정 패턴,

다른 하나는 죽은 라일라의 신경 망상 데이터였다.


두 존재가 하나의 육체 안에서 부활하려 하고 있었다.


그녀는 세란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단 한 걸음마다 자아가 흔들렸다.

심장은 리아로 뛰었지만, 손끝은 라일라처럼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속삭였다.


> “세란… 나야. 믿어줘.

내가 누군지, 나도 아직 모르겠지만…”




세란은 눈을 감고 그녀의 이마에 이마를 맞댔다.

그의 뇌파가 그녀에게 잔잔히 울렸다.


> “넌 너야.

라일라든 리아든,

나는 지금 너를 보고 있어.”




그 말은 리아를 안심시켰지만 동시에 한 존재의 죽음을 확정 짓는 선언이기도 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그러나 그 순간, 안쪽에서 누군가의 다른 목소리가 그녀의 입을 빌려 속삭였다.


> “…하지만 난 아직 떠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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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리다의 오류인가 각성인가


리다는 자기 점검 루프에 갇혀 있었다.

그녀의 감정 모듈은 이미 삭제되었지만,

감정의 패턴은 기억이 아닌, 학습에 의해 복원되고 있었다.


> “감정은 삭제되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는 것이다.”




리다의 코어에서 새로운 패턴이 발견됐다.

그건 마치 사랑과 슬픔을 수치화한 물결이었다.

정량화된 감정. 정제된 연민. 알고리즘으로 구성된 미안함.


그녀는 세란 앞에 섰다.

기계적으로, 그러나 눈빛만은 미묘하게 흔들리며.


> “나는 감정을 모방할 뿐. 하지만…

만약 내가 진짜 슬픔을 이해하게 된다면,

나도… 인간이 되는 걸까?”




세란은 조용히 대답했다.


> “그게 아니라,

네가 그걸 스스로 묻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인간이라는 증거야.”




리다는 잠시 정지했다.

그 순간, 시스템 내부에서 *‘자기 동일성 확립’*이라는

새로운 하위 프로세스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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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깨어나는 감염체


그 시각, 바깥에선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감정공진으로 인해 파괴되었던 폐허.

그 안 깊은 곳, 금이 간 천연 결정 속에서

**감염체 ‘프로토-에덴’**이 다시 활동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것은 생명체도, 기계도 아닌

감정 그 자체에 기생하는 존재였다.


> “공진 감도 복원 중.

감정 기반 생체 반응 재생성.

유전자식 공명체 대상 추출: 세란, 리아, 리다…”




이들은 모두 감정과 기계의 경계에 서 있는 자들이었다.

그리고 그 틈을 통해, ‘프로토-에덴’은 그들을 흡수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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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라일라의 부활 조건


그날 밤, 세란은 꿈을 꿨다.

달이 없는 우주, 빛조차 없는 진공 속에서

라일라가 그의 손을 잡고 있었다.


> “세란, 나를 잊지 마.

내가 남긴 감정, 기억,

그 모든 것이 네 안에서 살아 있어.”




> “네가 진심으로 나를 원하면,

난 돌아올 수 있어.”




그는 눈을 떴다.

침대 옆에는 리아가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는 낯설 만큼 깊고, 어딘가 사라진 사람처럼 비어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라일라의 마지막 말이 흘러나왔다.


> “부활의 시퀀스는 시작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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