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 (하늘의 뼈)]

제94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제94장 - 기억을 먹는 별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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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란은 숨을 삼켰다. 단 한 발짝만 더 내디뎌도 그는 더 이상 인간의 시간에 속하지 않게 될 것이었다. 그 앞에 펼쳐진 ‘코라나-Ⅸ 성단의 붕괴 경계선’은 보랏빛 펄스가 소용돌이치는 구름으로 휘감긴 채, 마치 거대한 괴물의 숨구멍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그 안으로 들어간 수많은 탐사선은 돌아오지 않았다. 심지어 그 안에서 돌아온 것처럼 보였던 생명체들은… 생명도, 기억도, 더 이상 ‘그들’이 아니었다.


“신경 기억 이식 장비… 활성화 완료.”


크리에 박사가 세란의 헬멧 쪽으로 외쳤다. 그는 인류 해상記록 보존 프로젝트의 마지막 생존 과학자 중 한 명이었다. 그들이 탐사하는 목적은 하나였다. ‘하늘의 뼈’를 되찾는 것.


고대 제3은하대전 직후, 인류는 ‘하늘의 뼈’라 불린 잃어버린 기억 코드 집합체를 유실했다. 그것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었다. 거기엔 인류가 생명을 얻은 행성, 지구의 마지막 기록, 그리고 잊혀진 신들의 좌표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세란이 잃어버린 누이 ‘엘리’의 기억도.


“세란, 넌 엘리를 기억해?”


도슨이 물었다. 그는 이제 세란의 전우라기보단, 유일한 생존 동족처럼 느껴졌다.


세란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손목에 감긴 기억 안정화를 위한 뉴로-타투에 손을 얹었다. 파란빛이 번졌다. 그의 눈이 흔들렸다. 기억의 저편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오빠, 우리는 언젠가 별이 돼. 내가 먼저 기다릴게.”


그 목소리는 세란의 내면 깊은 곳을 파고들었다. 마치 그 경계 너머에서, 엘리가 부르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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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정 **‘디아스포라’**는 붕괴 경계를 향해 진입했다. 선체를 감싸고 있는 다차원 섬유막이 소리 없이 울렁였다. 공간이 굽이쳤고, 시간의 결이 틀어졌다. 전방 감지 센서는 무한루프에 빠졌고, 중력 벡터는 5초마다 반전을 일으켰다.


“시간 붕괴 확인. 4차 감각 유닛 손상. 인식 격차 확대 중입니다.”


그 목소리는 분명 선내 인공지능 오르카였지만, 어딘가 감정이 섞인 듯했다. 인공지능은 감정을 가지지 않는다. 아니, 가져선 안 된다.


그때, 외부 충격이 발생했다. 마치 무언가 ‘디아스포라’를 뚫고 안으로 들어온 듯한 파열음.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통로를 따라 움직였다. 스크린에 잡힌 그것은 뼈만 남은 인간의 형태, 그러나 움직임은 마치 유체였다.


“기억 감염체다!”


크리에 박사의 외침이 터졌다. “기억을 먹는 자들! 이곳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기억 자체를 포식하는 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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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란은 느꼈다. 그의 뇌피질에 깊게 잠든 기억이, 뿌리째 뽑히는 고통. 수천수만의 장면이 그의 눈앞을 휘돌았다. 유년 시절, 누이 엘리의 웃음, 첫 비행, 폐허가 된 지구의 잿빛 해안… 그리고…


“이럴 순 없어!”


그는 외쳤다. 고통 속에서 정신을 붙잡았다. 뉴로-타투가 붉게 빛났다. 감염체는 그의 의지를 흡수하지 못했다. 대신, 무언가 반응했다. 그가 지닌 ‘공명 기억체’가 깨어난 것이다.


—인간이여, 넌 잊지 않았다. 기억은 죽지 않는다.


그 목소리는 과거 인류가 창조한 존재, 잊혀진 기억의 수호자 **‘알페이온’**이었다. 오직 기억을 버리지 않은 자, 고통을 안고도 사랑을 떠올릴 수 있는 자만이 소환할 수 있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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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는 붕괴 경계의 안으로 완전히 들어갔다. 그 중심에는 거대한 뼈의 성좌, 하늘을 뚫을 듯 솟은 구조물 하나가 있었다. 그것이 ‘하늘의 뼈’였다.


그러나 수호자는 하나가 아니었다.


그곳에 세란의 누이 엘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온전한 생명체가 아니었다. 감염체이자, 의식의 일부가 남은, 변질된 존재였다.


“오빠… 너무 늦었어…”


세란은 무릎을 꿇었다. 차마 총을 들 수 없었다.


그때, 도슨이 그 옆에 섰다.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기억 재구축 장치. 세란과 엘리의 뇌파를 일시적으로 동기화할 수 있는 단말기였다.


“세란. 넌 선택해야 해. 그녀를 잊고 인류의 기억을 되찾을 건지, 그녀와 함께 그 안에 남을 건지.”


우주 전역의 운명이, 그의 가슴 안에서 쿵, 하고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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