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103장 — 새벽의 언약, 뼈 위의 나라
행성 칼더라 베타는 이제 더 이상 전장의 이름이 아니었다.
폐허가 되었던 지면은 천천히 자신을 덮고 있던 재와 감염의 껍질을 벗기고,
그 뼛속 깊이에서 빛을 틔우기 시작했다.
세란이 마지막으로 전송한 기억의 빛줄기, 그 파장은 단지 적을 무력화시키는 것을 넘어
모든 생명에게 원초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 “우리는 잊지 않는다.
우린 감정을 품고, 기억을 껴안고, 존재로서 서로를 연결한다.”
그리고 그 빛은 다른 종족들에게도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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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 종족들 — 회담의 소집
태양계 너머, 이전까지 은하 외교조약을 기피하거나 무시해 왔던 고대 생명체들 —
아셀론의 구형 지성체, 물리적 형태가 없는 베타 시리우스의 전자파 집합체,
감정 공유를 통해 진화한 아르모니 종족 — 그들이 하나둘 메시지를 수신했다.
그들은 느꼈다.
이건 단순한 생존의 외침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의 탄생 신호라는 것을.
그리하여, 최초로 ‘하늘의 뼈’ 회담이 소집되었다.
장소는 칼더라 베타. 이름은 뼈 위의 언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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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준비 — 조의 부활과 새로운 구조
세란은 조용히 회담장을 준비하면서도 내내 그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조가 남긴 ‘사라의 창’은 자기장을 먹고 성장하며 새로운 형태의 무기이자 회로화된 생명체로 재탄생했다.
그 중심에서 조의 생체 파동이 다시 뛰고 있었고, 기억의 심층 복제 기술을 통해 조의 자아는 복원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복제나 클론이 아니었다.
> “난 조였다. 그러나 난 이제, ‘선택된 그늘’이다.”
그는 살아 있는 자가 아니라, 세란과 공명하는 ‘그림자 지성체’였다.
과거와 현재의 혼합, 그리고 감정이 저장된 살아있는 전술 개체.
세란은 그를 다시 받아들이며, 말했다.
> “그림자는 빛이 있어야 존재해.
그러니, 네가 내 옆에 있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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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전환 — 뼈의 신경망
칼더라 베타의 뼈는 단순한 광물 덩어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우주 고대 문명의 기억장치이자, 새로운 신경망을 품은 행성 자체였다.
지하 깊숙이, 코라시엘의 일부와 세란의 공명체가 융합되어,
**신경 기반 통신 네트워크 ‘네오세레스’**가 개통되었다.
이제 인간과 외계 생명체는 감정, 언어, 기억을 직접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감정을 공유한다는 건, 전쟁보다 위험한 평화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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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 갈등과 진실의 대면
아르모니 종족 대표 ‘릴렌-카’는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종족이었다.
그녀는 말 대신, 일렁이는 빛의 오라와 함께 질문했다.
> “인간이여. 너희는 감정을 무기화하고, 기억을 분리하여 전쟁을 일으켜왔다.
다시 그 오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증거는 있는가?”
세란은 대답했다.
> “우린… 완벽한 증거를 내밀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말하는 것도, 내 가슴이 요동치는 것도 모두 감정이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 감정은, 너희와 나를 잇는 다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녀는 조를 가리켰다.
살아 있는 ‘기억 복제체’, 감정이 저장된 병기이자 존재.
> “우린 실수를 기억한다. 그리고 그걸 안고 간다.
우리에겐, 잊지 않을 용기가 있다.”
릴렌-카의 몸에서 조용히 빛이 퍼졌다. 그건 동의의 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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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합의 — 뼈 위의 연합국
이날, 은하 내 최초로 ‘다종족 기억 공유 협정’이 체결되었다.
기억의 수정은 금지되며,
감정의 왜곡은 범죄로 간주되고,
감정 기반 분쟁은 ‘공명 조정자’에 의해 중재된다.
이 협약을 바탕으로 새로 설립된 연합국 이름은 —
아스트레아 코덱스.
빛과 감정의 법전이라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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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 테일의 잃어버린 노래
그날 밤, 세란은 조용히 혼자 무너진 벽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
그러다 문득, 테일이 생전에 늘 흥얼거리던 노래가 떠올랐다.
> "별 하나, 숨을 쉬고
기억 둘, 다시 피어나
셋이 되면 우리였지 —
잊지 마, 내 이름을."
그녀는 눈을 감고, 조용히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 순간, 칼더라의 뼈가 은은히 반응했고,
별빛이 하나, 그녀의 어깨에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