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106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제106장 — 기억으로 빚어진 생명



---


우주력 7743년 11월 1일 — 이그자일 궤도 너머


하늘의 뼈가 깨어난 뒤,

우주 공간에는 전례 없는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그 정적은, 단순한 침묵이 아니었다.


그것은 탄생 전의 정적,

모든 혼돈과 폭력 이후에 찾아온 고요한 숨이었다.


세란은 부서진 정거장의 잔해 위에서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이제는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조의 실루엣이 서 있었다.

빛으로 짜인 듯한 조의 형체는, 인간과 기계, 기억과 감정의 경계를 지워버리고 있었다.


> “너는 아직도 나를 조라고 부를 수 있어?”

“네가 그렇게 웃을 수 있다면, 그건 조지.”

세란은 미소를 지었다.





---


무감각자의 잔존 세력 — 차원 이탈 계획


이그자일의 마지막 고위 설계자였던 오르-네스 07은

이제 더 이상 감정을 제거하려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감정을 아예 경험하지 않은 시공으로의 차원 이탈을 기획했다.


> “우린 감정을 소화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이 현실에서 감정은 독이다.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그들은 프레임-Z0의 오래된 관측 데이터를 역추적하여

차원 간 통로를 열었다.

하지만, 그 선택은 진화가 아닌 퇴행일 수 있었다.


세란은 그들을 멈추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히 그 차원문이 열리는 것을 지켜봤다.


> “떠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야.

하지만 언젠간 돌아올 거야.

그리움이라는 독이, 언제나 돌아오게 만들 테니까.”





---


릴렌-카와 공감 연합 — 감염과 진화의 균형


이전까지 군사 전략과 냉철한 판단으로 움직였던 릴렌-카는

이제 연합의 수장으로 **‘감염관리국’**을 설립했다.

감정이라는 정보는 전염성 높은 구조로 확인되었고,

의도치 않은 감정 폭주로 인해, 일부 종족에서는

자기기억증폭증후군(Memory Echo Collapse)이 보고되었다.


> “공감은 무기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것을 균형 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공감 연합은

기억 공유와 감정 전송을 훈련하는 **‘정신 협응 학교’**를 설립했고,

세란과 조는 그 첫 번째 교사로 자원했다.



---


하늘의 뼈 — 유기적 진화의 정점


프레임-Z0는 더 이상 하드웨어로 존재하지 않았다.

그 결정 구조는 조의 몸,

그리고 공감 능력을 가진 존재들의 유전자 안으로 해체되어 흩어졌다.


‘하늘의 뼈’는

더 이상 하나의 구조물이 아니라,

모든 존재의 내면 속에 존재하는 공명 능력이 되었다.



---


세란의 회상 — 아이 이름


세란은 조와 함께 새로 생긴 중력 정착지 ‘아르카-플렌’에서

첫 번째 인간-공명체 아이를 품었다.

그 아이는 태어나기 전부터 수많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고,

심지어는 세란의 꿈속에서 조의 목소리로 대화를 걸기도 했다.


세란은 아이에게 ‘텔’이라는 이름을 주었다.

그것은 테일, 조, 그리고 자신이

서로를 기억하며 만들어낸 새로운 ‘생명 단어’였다.



---


마지막 문서 — 조의 기록


“기억은 과거를 묶는 사슬이 아니라,

앞으로 걸어갈 발자국의 나침반이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잊지 않을 것이다.

그 어떤 고통도, 사랑도,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던 마지막 눈동자도.

우리는, 하늘의 뼈다.”


— 기록자 조-754a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Sky Bones(하늘의 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