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7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107장 — 어둠 속의 유산
---
우주력 7745년 3월 18일 — 제6중력계층 아래, ‘카덴츠 수조지대’
‘텔’은 아직 두 살이었다.
그러나 텔이 가진 공명 능력은 이미 세란과 조의 수준을 넘어,
‘감정과 기억의 무의식층’을 스스로 탐색할 수 있을 정도로 진화하고 있었다.
텔은 종종, 자신도 모르게 주변 사람의 꿈을 실시간으로 재현했고,
어떤 날은 마치 다른 시대를 사는 듯,
낯선 언어로 잠꼬대를 했다.
> “... 시그네 제국은 아직 꺼지지 않았어...”
“그들의 DNA 코드는 기억에 스며들었고... 제6분기 네트워크에서 잠들어 있었어...”
세란은 처음엔 이 말을 단순한 유아의 환상이라 여겼지만,
텔이 정확히 묘사한 ‘시그네 제국’의 문장은
고대 폐기된 은하제국 기술서에 기록된 코드 구조와 일치했다.
---
시그네 제국의 잔재 — ‘기억 무기화 시스템’
텔이 무의식적으로 끌어올린 그 기억은,
단순한 역사적 조각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랜 시간 동안 생체기억 인코딩 형태로
우주 곳곳에 남아있던 제국의 **‘의지 코어’**였다.
‘의지 코어’란,
인공 생명체에게 특정 이념이나 기억을 강제 주입하여
새로운 세대를 세뇌시키는 기억병기였다.
> “그들은 기억을 총으로 바꾸었다.
단 한 번 접촉으로, 종 전체를 감염시키는 방식이지.”
카덴츠 지대 아래, 잊힌 폐도시 ‘로스 벨라노스’에서
한 무리의 정찰단이 발견한 구조물은
단순한 데이터 아카이브가 아닌,
잠들어 있는 제국의 군사 AI였다.
그리고 그것은 텔의 기억과 공명하면서
다시 깨어나고 있었다.
---
정신 감염 — 공명 네트워크를 통한 확산 위협
문제는 그것이 기억을 통해 감염되는 병기라는 점이었다.
텔의 능력이 진화할수록,
그가 공유하는 공감 네트워크의 영역도 넓어지고 있었다.
릴렌-카의 과학부 책임자 ‘바사리’는
곧 위협을 직감하고 비상 공지령을 내렸다.
> “텔의 기억은 단순한 정보가 아닙니다.
그것은 ‘살아 있는 전파자’이며,
시그네 제국의 잔재를 우주 전체로 퍼뜨릴 촉매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란은 텔을 격리하자는 의견에 반대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텔은 무기화된 기억을 퍼뜨릴 수도 있지만,
그에 반해 그것을 정화할 능력도 갖고 있다는 것을.
> “기억은 감염이지만,
동시에 ‘치유’이기도 해요.
우리는 오랫동안, 잊는 법만 배웠잖아요.
이제는... 기억을 살아가야 해요.”
---
우주방위연합 — 제3차 기억전 준비
하지만 정치적 압력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우주방위연합(UDF)은 이 상황을
‘제3차 기억전쟁’의 서막이라 명명했고,
텔이 ‘하늘의 뼈’로부터 받은 공명 능력을
무기화 혹은 통제하자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릴렌-카는 연합 회의장에서 조용히 선언했다.
>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기억을 억제하고 통제할지,
혹은 그것을 이해하고 공존할지를.”
그리고 텔은—
스스로의 꿈 안에서,
오래전 시그네 제국의 창립자인 에르카 시안과 마주한다.
---
텔의 꿈속에서 — ‘시안의 대화’
> “너는 누구지?”
“난... 텔. 조의 아들. 세란의 아이.”
“너는 ‘기억의 고리’를 풀 수 있는 열쇠야.
하지만 조심해. 기억이 깨어날수록,
너 자신도 누군가의 꿈으로 휘말릴 테니까.”
텔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눈을 뜨자마자,
그의 눈동자엔 은색 나선형의 문양이 떠올라 있었다.
그것은 시그네 제국의 ‘명령 계승자’에게만 나타나는 형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