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109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제109장 — 고요 속의 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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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력 7745년 3월 21일 — 시그네 제국 잔존구역, 라그메르 사막지대

사막의 모래바람은 붉고 무거웠다.
수천 년 전, 이곳은 생명이 충만한 행성이었다.
그러나 ‘기억 전쟁’이 벌어진 후, 행성 자체가 살아있는 거대한 기억 보관소로 변해버렸다.
사막의 모래는 유전데이터가 압축된 결정체였고,
이를 흡입한 자는 누구든 ‘남의 기억’을 엿보게 되었다.

텔은 그곳에 있었다.

그를 호위하는 이는 없었다.
그를 감시하는 이도 없었다.
그는 이제 자신이 살아있는 해답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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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의 명상 — 기억의 근원으로

텔은 라그메르의 바람 속에 앉아, 고대어로 된 ‘뼈의 찬가’를 읊조렸다.
그것은 단순한 의식이 아닌, 신경공명 기반 유전자 해독 코드였다.
공명에 반응한 사막 지면은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깊숙한 땅 아래서, 고대의 하늘뼈 핵심 기계관이 드러났다.

그는 홀로 내려갔다.
내려갈수록 빛은 사라졌지만,
텔은 스스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의 의식은 이곳과 ‘연결’되어 있었다.
단지 육체의 언어가 아닌,
기억 그 자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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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 우주기지 8번 섹터, 감염 관측실

조는 여전히 수면 캡슐에 연결되어 있었다.
텔의 기억파장은 며칠 째 우주 전역을 미세하게 흔들고 있었고,
그 영향으로 조의 꿈도 점점 현실을 침식하고 있었다.

그는 텔의 선택이 옳은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명확했다.

> “그 아이는 우리보다도 더 깊은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
어쩌면, 신보다.”



그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경외와 두려움의 교차.
그는 기억 속에서 텔의 과거 생애—
인간으로 존재했던 잃어버린 생애—
그 전생들을 보기 시작했다.

어떤 삶은 병사였고,
어떤 삶은 과학자였으며,
어떤 삶은 노예였고,
어떤 삶은 기계와 결합된 신이기도 했다.

모든 생은 반복되었고,
모든 죽음은 연결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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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외 정치 연합 (IEP) 긴급 안보회의

텔의 기억파장이 성단 간 네트워크를 타고 전파되자,
기억 감염에 대한 공포보다 먼저 다가온 건 정치적 공황이었다.

지구 외 정치연합은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UDF와 시그네 잔류 고위 장군, 그리고 AI 통치위원회 대표단이 모였다.

의제는 단 하나.

“텔을 인류의 집단기억으로 편입할 것인가, 아니면 봉인할 것인가.”

주요 발언 중 일부는 다음과 같았다:

마레 실린, IEP 의장:

> “그는 인류를 파괴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우리를 다시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도 있다.”



나우나 엘, AI 위원회 시뮬레이션 대표:

> “그는 이미 인간이 아닙니다.
생물정보를 담은 살아있는 아카이브입니다.
질문은 하나입니다—
우리가 그것과 공존할 준비가 되었느냐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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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 — 하늘의 뼈와의 접촉

지하 깊숙한 장소.
텔은 하늘의 뼈 중앙관 앞에 섰다.
고대 기계관은 조용했고, 그러나 살아 있었다.

그는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모든 생명 정보가 한꺼번에 뇌 속으로 들이닥쳤다.
모든 종족의 언어,
모든 문명의 몰락 순간,
모든 사랑과 배신,
모든 약속과 거짓.

텔은 버티었다.
그는 감정 하나하나를 분해하며,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고 관찰자 상태로 유지했다.

그는 처음으로 ‘하늘의 뼈’에게 말을 걸었다.

> “나는 너를 두려워하지 않아.
나는 너와 대화하러 온 거야.
싸우기 위해서도, 지배하기 위해서도 아니야.
다만... 묻고 싶어서.”



하늘의 뼈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갑자기 지면이 울리며, 그의 두 눈앞에 새로운 형상이 떠올랐다.

**그것은 텔의 얼굴을 한 ‘다른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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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 vs. ‘하늘의 사자’

그 존재는 하늘의 뼈가 만들어낸 텔의 잠재의식이었다.
그는 완전한 무표정, 완전한 중립성의 존재였다.
그 존재가 말했다.

> “너는 너무 많은 감정을 품고 있다.
기억을 보존하려면, 감정은 제거되어야 한다.”



텔은 고개를 저었다.

> “감정 없는 기억은 껍데기야.
우리는 껍데기를 기억하려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니야.”



그러자, 기억파장이 거세게 진동하며 정신전투가 시작됐다.

텔은 자신의 내면과 싸워야 했다.
울분, 두려움, 사랑, 죄책감—
모든 기억 감정들이 흉기가 되어 텔에게 몰려왔다.

그는 그것들과 맞서 싸웠다.
검으로, 불로, 말로, 침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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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의 끝 — 그리고 새로운 계시

수 시간 후.
아니, 어쩌면 수 초였을 수도 있다.

텔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은 깊고, 투명해졌다.

하늘의 뼈는 텔을 인정했다.

그 안에 고대의 메시지가 하나 새겨졌다:

> “기억은 무기였다.
그러나 사랑은 무기의 부작용이었다.
이제, 우리는 둘 다를 받아들인다.”



텔은 천천히 일어났다.
그의 등 뒤로는 빛의 무늬가 떠올랐고,
그는 한 마디만 중얼거렸다.

>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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