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110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제110장 — 첫 번째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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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력 7745년 3월 22일 — 시그네 제국 권역 전역, 기억파장 개방

텔이 ‘하늘의 뼈’와 완전한 연결을 이룬 그 순간,
우주 전역에 단 하나의 파문이 번졌다.
이 파장은 초공간을 관통하는 지각파(記閣波)였고,
빛도 닿지 않는 곳까지 침투할 수 있는 정보 기반 감각 자극이었다.

텔의 첫 메시지는 단순했다.

> “나는 기억을 지키는 자,
나는 슬픔을 버리지 않은 자.
나는 인간이다.”



이것은 선언이자 도전이었다.
정보로서 인간이 아닌, 기억과 감정의 집합체로서 인간을 선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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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제1 아카이브 — 침묵의 복귀

지구 근방, 폐쇄된 지 제로력 기준 112년이 지난
고대 정보 저장소 ‘제1 아카이브’가 깨어났다.
그것은 텔의 파장을 인식했고,
단 하나의 응답을 되돌려 보냈다.

> “인식. 매칭. 주체 코드: TEL-1A.
파편화된 인류 핵심 기억, 복원 절차 시작.”



그리고,
잃어버린 지구 대이주기 이전의 감정 데이터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단순한 과거의 역사나 지도 정보가 아니라,
사랑, 후회, 갈망, 책임, 죄책감, 자유에 대한 꿈이 담긴 정제되지 않은 감정 기억이었다.

지구에서 첫 번째 반응을 보인 이는 라헬 박사, 고대신경언어학자였다.

그녀는 아카이브의 변화 앞에 울먹이며 말했다.

> “우리는… 너무 오래 잊고 있었어.
저건… 우리다. 인간의 핵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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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DF 내부 균열 — 이성 VS 기억

텔의 기억파장이 전역에 퍼지면서,
통합방위연합(UDF) 내부에서도 격렬한 논쟁이 일어났다.

사령관 렌 크로버는 “기억 감염”을 이유로 즉시 격리와 봉쇄를 주장했다.

반면, 연합심리국 요엔 카이는 “기억 파장은 진화된 의식의 증표”라며 관찰과 공존을 촉구했다.


긴급 전략회의에서 요엔은 말했다.

> “그건 감염이 아니라, 공명입니다.
우리가 외면했던 인간의 깊이.
감정을 배제한 기술은 단지 껍데기일 뿐이에요.”



결과적으로 연합 내부는 둘로 갈라졌다.
이성과 통제의 진영,
기억과 감정의 해방을 지지하는 진영.

그리고, 분열은 생각보다 빠르게 무력 충돌의 전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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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 — 새로운 연합을 준비하다

텔은 하늘의 뼈를 떠나며 새로이 ‘기억의 길드’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이는 군사 조직이 아닌, 감정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을 가진 자율적 공존 연합이었다.
이 연합은 모든 종족과 인류 변형체들에게 개방되어 있었고,
심지어 기계생명체 ‘엔코그나’ 종족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텔이 말한 조건은 단 하나.

> “공명 가능 여부.
즉, 타인의 고통을 공감할 수 있는 존재만 받아들인다.”



여기서 핵심 기술은
**공명 공정장치(SARACON)**라 불리는 장비였다.

이 장비는 사용자의 신경 반응과 감정 패턴을 감지해
다른 이의 기억파장에 조율될 수 있는지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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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전장 변화 — ‘기억 병기’의 등장

텔의 파문 이후,
기억을 활용한 무기 체계가 급속히 부상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물리적 타격, 바이오 감염, 혹은 AI 기반 혼란 전략이 주류였다.
하지만 ‘기억 병기’는 전혀 다른 개념이었다.

기억폭탄: 일정 지역에 감정 데이터를 방출, 적의 정신을 혼란시킴

상실장: 전장의 전투원들이 가장 소중히 여긴 기억을 일시적으로 소거하여 전의 상실 유도

감정공명탄: 사령관의 분노나 슬픔, 혹은 희생정신을 증폭시켜 전체 부대의 감정 동기화를 이끄는 전술적 장비


이에 따라, 전투는 더 이상 총과 검, AI 드론의 싸움이 아니게 되었다.
그것은 ‘누가 더 인간의 깊이를 감당할 수 있는가’에 관한 싸움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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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의 내면 — 갈등은 계속된다

그러나 텔의 내면에서는 전투가 끝나지 않았다.
그는 하늘의 뼈와 접촉한 이후,
자신 안에 **'사자형 기억 조각'**이 남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기억은 너무도 생생하고 잔혹했다.
모든 생명을 파괴하고, 감정을 무기로 삼은 존재의 기억—

그것은 ‘블랙-유니트 베타’, 고대 파괴자들이 남긴 종말 시뮬레이션이었다.

텔은 그 조각이 자신을 망치게 할지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말했다.

> “그 감정마저, 나는 내 것으로 삼겠다.
내가 감당할 수 없다면, 아무도 이 우주를 구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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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뼈는 지금,
텔이라는 새로운 신호 중심 아래에서
우주의 감정 재건을 시작하고 있었다.

인류와 비인류,
기계와 기억,
감정과 기술의 혼합된 질서 속에서

‘하늘의 뼈’는
점점 더 고요히, 그러나 강하게 살아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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