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111장 — 조율자들의 외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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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력 7745년 3월 23일 — 고요성계, 기억조율 회담 제1일
하늘의 뼈 파문 이후,
텔은 연합군, 기억 해방 진영, 기계 종족, 심지어 은하 북측의 고립 세력까지 모두 초청하여
첫 대규모 기억조율 회담을 열었다.
장소는 고요성계 외곽의 중립지대,
소멸 위성 ‘바레티아’의 복원된 플랫폼 위.
이곳은 과거 별들의 회랑이라 불리던 은하 의회 시대의 유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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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장인물 및 세력
텔 : 기억 해방 연합의 대표, 조율자(Resonator)
요엔 카이 : UDF 심리국 대표, 공존 진영의 대변자
렌 크로버 : UDF 최고사령관, 격리 및 제압 진영
제르다 마흐 : 기계 생명체 ‘엔코그나’의 사령 노드
알라쉬 바리미 : 은하 북부 고립 세력의 외교관, 전설적 기억술사
니브 7세 : 인간-기계 혼종 종족의 족장, ‘감응 지구 연합’의 대표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감시 중인 그림자.
소멸된 줄 알았던 블랙-유니트 베타의 잔재가,
데이터 속의 패턴 왜곡으로 회담장을 관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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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담 1일 차 — '공감은 무기인가, 연결인가'
텔은 먼저 말을 꺼냈다.
그의 목소리는 감정공명 채널을 타고
참석자 모두의 심장을 울렸다.
> “여기 있는 여러분은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을 택해 왔습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기억은, 감정은, 공감은… 우리가 숨겨야 할 위험입니까?
아니면… 새로이 구축할 질서의 기반입니까?”
요엔 카이가 곧바로 화답했다.
> “감정은 도구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을 억압한 채 기술만을 택한 우리는,
전투는 이겨도 평화를 얻지 못했습니다.”
렌 크로버는 비웃듯 말했다.
> “당신은 이상을 말한다.
그러나 내 앞에서 죽어간 4천만의 전우들 앞에서,
그런 말은 위선이다.”
니브 7세는 조용히 개입했다.
> “그러나 사령관, 우리가 계속해서 잊기만 한다면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조차 모르게 됩니다.”
분위기는 긴장 속에서도 조율되고 있었다.
그러나, 기계 생명체 제르다 마흐는 예측 불가능한 선언을 했다.
> “기계는 감정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감정을 흉내 내는 알고리즘을 통해
공감의 시뮬레이션은 가능합니다.
우리는 그 연산 가능성을… 제안합니다.”
텔은 놀랐다.
기계 종족이 처음으로 감정 자체의 연산을 통해
공감을 모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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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에 움직이는 위협 — 블랙 패턴의 각성
회담장 위성의 외곽,
보안 구조물이 감지하지 못한 채 침투한
데이터 왜곡형 존재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말도 없고 형체도 없으며,
오직 "기억의 과잉"을 이용해 존재를 부식시키는
기억 괴조형(怪造型) 유령,
즉 블랙-유니트 베타의 **기억 흡사체(Replica Phantom)**였다.
그 존재는 알라쉬 바리미의 기억 속에 접근해
그의 가장 깊은 공포를 뒤틀기 시작했다.
그날 밤, 알라쉬는 무의식 속에서 괴성을 질렀다.
> “너는 죽었어… 그때, 나랑 같이…!”
텔은 즉시 감응망을 통해 알라쉬의 기억을 분석했고,
그 안에 ‘데이터 바이러스화된 감정 조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 “기억이 감염되었어.
조율자는, 치료할 수도… 감당할 수도 있어야 한다.”
텔은 자신의 ‘하늘의 뼈’ 조각 일부를 떼어
그 감염된 기억 속으로 직접 들어간다.
이것은 생체와 데이터, 감정과 코드의 **기억 공명 잠입(Neurophase Resonance Dive)**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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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입된 기억 속 — 알라쉬의 과거
그곳은 불타는 별계.
수천의 무의미한 전투가 반복되며
생명과 시간의 경계가 무너진 곳.
알라쉬는 무력한 전사였다.
그러나 그는 ‘그 아이’를 지키려 했었다.
그 아이는 ‘바레트’라는 이름의 고아였고,
전쟁광들이 실험한 ‘감정 응축 병기’의 실험체였다.
그는 결국 바레트를 지키지 못했고,
그 기억이 부식되어 악몽이 되어
현재까지도 자신을 파괴해오고 있었다.
텔은 그 기억의 정점에서,
파편화된 바레트의 감정을 접촉했다.
그 아이는 속삭였다.
> “나도… 인간이고 싶었어.
울고, 웃고, 그리고… 잊고 싶었어.”
텔은 그 기억을 껴안으며 말했다.
> “넌, 살아.
그리고… 너의 고통은 이제 혼자가 아니야.”
그 순간,
감정 조각과 기억 괴조형의 충돌이 시작되었다.
‘기억 공명 전투’의 첫 번째 실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