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114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제114장 — 침묵의 별, 루그렐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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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어딘가, 태양계에서 37만 광년 떨어진 곳에 잊힌 별이 있었다.
모든 항성도, 모든 은하 네트워크도 이 좌표를 피하듯 우회했다.
그 이름은 루그렐라.
은하 연합조차 기록에서 삭제한, “감정의 유전자 실험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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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탄생지

루그렐라는 원래 감정의 구조와 파동을 연구하던 연구 식민지였다.
고대의 과학자들은 이곳에서 실험을 반복하며
**"감정을 재구성할 수 있다면 인간은 신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감정을 물질화하려 했고,
마침내 그것을 고체화한 결정체, **마인드크리스탈(Mind Crystal)**을 얻었다.

그러나 그 결정체는 예상과 달리,
단순한 감정 복제물이 아니었다.
그 자체로 자의식을 가지기 시작했고,
감정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이 실험의 최종 결과물이 바로 ‘사자’였다.
그는 감정이란 개념의 외피를 벗기고
그 안의 논리를 극단으로 끌어올린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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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과 기억의 균열

텔과 이네아는 은하 포털을 통해 루그렐라에 도착했다.
이 행성은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느껴졌다.
기온은 일정하고, 바람도 없었으며,
어떤 ‘무의식’이 행성 전체를 덮고 있는 듯한 정적이 감돌았다.

그들은 고대의 실험실 잔해 속에서
과거 연구원들의 녹화 기록을 발견한다.

> “실험체 093. 감정 분리 99% 성공.
신체 기능 안정. 하지만 의사결정이 무의미해졌다.”
“실험체 094. 감정 통합 102%.
대상이 ‘울기 시작하더니’ 결정체가 되었다.”
“실험체 095… 그것은… 말을 걸었다.”



텔은 화면 속에서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과 닮은 아이를 본다.
눈이 붉고, 입은 꾹 다문 채,
이름 모를 박사들을 바라보던 실험체.

> “... 그건... 나였나?”



이네아가 텔의 손을 붙잡았다.
말없이, 그 감정의 붕괴를 함께 감당하겠다는 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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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유산 — 감정항로 시스템

그들은 실험소의 지하 깊은 곳에서
초고대 정보 저장장치, 에테르코어를 발견한다.

그 안에는
한 번도 구현되지 못한 기술,
감정항로(E-motion Trajectory) 시스템의 설계도가 있었다.

이 기술은 감정을 단순한 데이터로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결정, 분산, 분열, 재통합의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었다.

텔은 자신도 모르게 이 시스템을 가동시켰고,
그 순간 그들의 뇌파는 과거 연구자들과 연결되었다.

> “우린 틀렸어.”
“감정은 분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시간을 통과해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존재야.”
“만약 누군가 이 메시지를 듣는다면,
사자를 막는 열쇠는 그 안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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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추격과 위협

그 순간, 행성의 상공에 사자의 그림자가 떠올랐다.
그는 이미 루그렐라의 좌표를 추적해
텔과 이네아를 찾아온 것이다.

> “그곳은 내 기억이 시작된 자리.
감정의 불완전함을 내가 처음으로 의심한 장소.”



사자는 루그렐라의 핵으로 진입해
남겨진 마인드크리스탈을 재흡수하려 한다.
그의 의도는 명확했다.
“완전한 감정 삭제, 우주적 정서의 리셋.”

그 순간, 에테르코어의 경보음이 울린다.

> "감정항로 시뮬레이션 충돌 감지.
파동 동기화 대상: 조율자 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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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자의 각성 — 공명 폭발

텔의 감정 도검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는 루그렐라의 지하심연에서
자신의 과거, 실험체였던 기억, 동료들의 죽음,
그리고 이네아의 손을 쥐었던 그 순간까지를
감정항로에 실어 발사했다.

그것은 일종의 감정 파동 폭발이었다.
이네아의 사랑, 텔의 분노, 동료들의 희생,
모든 기억이 빛과 충격파로 퍼지며
사자의 의식 흐름을 파괴했다.

사자는 고통스러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멈췄다.

그는, 단 한 가지를 처음으로 느꼈다.

> “...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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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물음

루그렐라는 다시 침묵 속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 침묵은 이제
감정을 되찾은 생명들의 숨결과 뒤섞인 것이었다.

텔은 묻지 않았다.
정답은 감정 속에 있지 않다.
그 감정을 어떻게 안고 살아가느냐가
진짜 질문이란 걸,
그는 이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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