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118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제118장 — 감염의 경계, 연합의 틈



“지금 네 신체는 감염된 상태야, 텔. 스스로 인식하지 못할 뿐.”

“하지만 난 통제하고 있어, 이네아. 의식을 잃지 않았어. 이건 단순한 바이러스가 아니야. 기억을 매개로 유기체를 진화시키는, 일종의 생물적 진화 기작이야.”

“그래, 문제는 그 ‘진화’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거야.”



마이렌-9 궤도 위 전술 기함 발란체르.
지휘관 시에라 자이프는 기함 내부를 가득 채운 가변 홀로 맵에서 전장 상황을 응시했다. 텔과 이네아가 접속한 감정 주파수는 은하 연합 전체에 퍼졌고, 동시에 예기치 않은 감염 현상도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었다.

“감정 전염병이라니… 정말 그게 가능한가?”

“예. 그리고 이건 정보형 감염입니다. 단순한 코드나 바이러스가 아니라, 이해와 공감의 ‘충돌’로 인해 구조적 붕괴를 일으키는 신경 자가 재구성 현상이죠.”

“그러니까, 듣기만 해도 감염된다는 말이야?”

“정확히는 ‘느끼기만 해도’.”



텔은 자신을 감싸고 있는 생체포자 같은 빛의 껍질을 감각했다. 기억 주파수에 잠겨있던 동안, 그의 유전자 배열은 감정 데이터와 겹쳐지며 재구성되기 시작했지만, 그는 아직 인간이었다.

“텔, 우린 연합으로부터 지명 수배당했어. 널 바이러스 확산 기점으로 보고 있어.”

“이네아… 날 내버려 둬. 이 상태로 내가 감정 회로의 중심을 유지하면, 다른 누군가의 감염은 막을 수 있어.”

“아니, 그건 네가 그들과 공유되는 걸 막는 거지. 고립이야.”

“그래도 괜찮아. 모두를 지킬 수 있다면—”

“그 말, 아틀라도 했어. 그리고 스스로 고립되었지. 결국 어떤 종도 기억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어.”



그 순간, 우주공간이 찢어지는 듯한 감각이 들렸다.
초공간의 균열— 아니, 누군가의 강제 개입.
마치 검은 심연 속에서 천천히 고개를 드는 괴물처럼, 기억의 저편에서 이질적인 감정 스펙트럼이 뒤엉켜 올라오고 있었다.

“감정 감염체 변형 확인! 코드명: 블리어스-델타!”

“뭐야 저건… 아틀라가 아니야. 아틀라 이전에 봉인된 기억 생물체다!”

거대한 우주 생명체가 비틀린 감정 주파수로 전장을 침식해 들어왔다.
그 형태는 정육면체처럼 시작해, 이내 울분, 오열, 유년기의 상실감, 배신감과 같은 감정 조각들로 구성된 괴기한 꽃처럼 만개했다.



“이네아, 그 감정은…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종류가 아냐. 이대로면—”

“기억 필터 작동 개시. 감정 공명 억제 필드 전개.”

“감정 필터가 통하지 않아. 이건 ‘이해’가 아니라 ‘전이’야. 저 존재는 우리를 자기감정의 기억으로 끌고 들어가려 해.”



텔의 몸이 휘청였다.
눈동자에 검은 안개가 스며들며, 잠시 그의 의식이 다른 차원으로 이동했다.

그곳은 시간의 흐름이 없었다.

그는 어린 시절의 자신과 마주했다.
텅 빈 집, 어머니의 마지막 유서, 아버지의 환청.
그러나 목소리는 아버지의 것이 아니라, 블리어스-델타의 것이었다.

「널 이해해. 네 고통은 나의 고통이야.」

「우리 함께 되자. 하나의 기억으로—」



"안 돼!!!"

이네아가 전술신경장 '아리엘-7'을 가동시켰다.
텔의 신체를 감싼 감정 주파수를 강제로 차단하고, 생체 신경 인터페이스를 분리하며 고함쳤다.

"너는 기억이 아니야, 텔. 넌 살아있는 지금이야!!"



광폭의 감정체 블리어스-델타가 분노로 일그러지며 새로운 파장을 퍼뜨렸다.
전장 전체가 감정 에너지의 소용돌이로 변하고, 연합군의 의사결정권자들이 차례로 감정 과부하에 쓰러졌다.

하지만 그 중심에서, 텔이 다시 눈을 떴다.

그는 자신의 감정만이 아닌, 모두의 감정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말했다.

"우린 기억을 극복하는 종이야. 너처럼 감정에 갇힌 존재가 아니야."



우주 전장은 침묵에 휩싸였고, 그와 동시에 새로운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기억을 공유할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를 보호할 것인가.’

텔과 이네아는 그 경계선에 서 있었다.
그리고 다음 선택은, 우주 전체의 진화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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