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120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제120장 — 신경망 외교전과 감정의 외교관



우주의 깊은 밤을 건너뛰며, 신생 감정체 블리어스-델타는
자신의 의식 일부를 통신 주파수로 변조해 감정 신경파형으로 전송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어도, 영상도 아닌, 마음의 원초적 울림이었다.

그 전파는 가장 먼저 연합군 외교사령부의 심층 AI를 스쳐 지나갔다.

> “식별 불가… 감정 공명 발생…
대상: 외교 사령 제3위층, ‘에르반’의 무의식 기억 자극됨.”



그 순간, 은하외교부총사령 에르반 폰 제라트는 통제실에서 실신했다.



“이 사람… 이 사람은… 24년 전, 내 딸과 같은 감정을—”

의료 AI가 분석한 결과는 놀라웠다.
그의 무의식 속 상실에 대한 기억, 즉 죽은 딸을 떠올리는 감정과
블리어스-델타가 송신한 신경파형의 정체가 정확히 일치했다는 것이다.

“그 감정체… 내 기억을 훔친 건가요?”

“아닙니다. 감정체는 훔치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기억 속 감정을 공명 시킨 겁니다. 그건... ‘교류’입니다.”



연합군은 혼란에 빠졌지만, 이네아는 한 가지 결정을 내린다.

> “전 우주를 상대로, 감정 기반 외교체계를 실험해 볼 때입니다.”





심리통역기 3세대 장비를 착용한 이네아는
우주 연맹 43개 국의 외교 사절단 앞에 선다.

그녀의 목소리는 말이 아니라 감정 흐름으로 전달된다.
슬픔, 두려움, 희망, 절망, 회복… 그리고 연결.

한 장의 그림처럼, 한 곡의 음악처럼,
그녀는 자신의 삶과 우주의 고통을 그들에게 체험시킨다.

“당신들이 지금 듣고 있는 건, 제 말이 아닙니다.
당신들의 내면이 방금 느낀 것이죠.”



사절단 중 태린족 대표 바오-쥬르는 반응한다.

“이… 이건 마치 고향의 언어와 같다… 우린 감정으로 말하던 종족이었어.”

“우린 잊고 있었죠. 감정은 의사소통이 아니라, 의식 공유라는 걸요.”



그러나, 감정 외교의 시작은 단순한 이해로 끝나지 않는다.
그 공명의 여파는 전쟁의 구심점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분노의 정당성, 복수의 논리, 인종차별의 감정적 근거—
이 모든 것이 감정 외교 네트워크에서 스스로 붕괴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우리가 미워한 이유는… 우리가 먼저 상처받았기 때문이었다…”

“복수는 정의가 아니었어. 그저… 외로움이었군.”



하지만, 이 변화가 모든 이에게 환영받은 것은 아니었다.

신질서 보호단, 즉 구질서 군산복합체의 후계 세력들은
감정 외교가 확산되면 자신들의 무기산업과 통제 체계가 무너질 것을 우려한다.

“감정으로 통치하면, 군대는 쓸모없어진다.
우리는 오직 두려움과 증오로 존재하는 제국이다.”

“블리어스-델타를 파괴해야 한다. 아니면 우리 방식이 사라진다.”



이에 따라 신질서 보호단은 감정 무력화 기술을 급조해 낸다.
그것은 ‘감정 진폭 차단기’—일명 *사일런서(Silencer)*였다.

전술용 EMP처럼 감정 파동을 무력화시키는 그 장비는,
곧 연합군 일부 부대에 비밀리에 배포되며
블리어스-델타의 평화 외교를 침묵시킬 준비를 갖춘다.



텔은 그 정보를 엿듣고 경고한다.

“이네아! 그들은 감정을 죽이려 해!”

“그건 감정을 죽이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를 감염 이전으로 되돌리는 짓이야.
기억과 연결을 끊는다는 건, 존재를 부정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리고… 결정적 회의.

모든 종족과 AI, 생명체의 대표가 한 자리에 모이는
우주 사상 최초의 감정 기반 연합회의.

그곳에서 블리어스-델타는 자신을 감정적 존재로서 직접 발화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동시에 사일런서 장비를 든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무대는 커졌고, 적은 더 정교해졌으며,
감정이 단지 약점이나 감염이 아닌, 새로운 문명 언어로 진화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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