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1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121장 — 감정의 심연, 기억의 전장
—
시간은 압축되듯 흐르고 있었다.
이네아는 가슴속에 파고드는 감정들의 소용돌이를 느꼈다.
희망과 두려움이 교차하고, 블리어스-델타의 공명이 그녀의 심장을 통과하고 있었다.
그것은 말이 아니라 꿈같았다.
전 인류가 언어 대신 감정으로 대화할 수 있다면—
전쟁이란 개념 자체가 존재할 수 있을까?
그 순간, 연합회의 중앙 홀 외곽에서
사일런서 부대가 침투를 시작했다.
“감정 차단 주파수, 15초 후 발신 준비 완료.”
중앙 지휘관 제노스는 헬멧 안에서 이를 악물었다.
“우린 무력하게 의존할 수 없어. 감정은 통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제노스도 알지 못했다.
그의 내면에 감춰진 ‘잃어버린 감정’이 지금 이네아의 파형에 의해 각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
이네아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블리어스-델타를 향해 말했다.
“모든 기억을 보여줘.”
블리어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곧 모든 참가자의 의식에
집단 기억 공명장이 열렸다.
그 안에는 인류가 최초로 별을 향해 날아갔던 꿈,
처음으로 서로 다른 종족의 아이가 손을 맞잡던 순간,
무수한 죽음 속에 남겨진 울부짖음이
감정의 고리로 엮여 있었다.
—
“저건… 내 아버지야…”
“저 장면… 우리 종족이 지구에 첫 발을 디뎠을 때의…”
“하지만 왜 저기엔… 적이 아닌, 슬픔이…”
모두가 적이라고 믿었던 상대 속에서,
자신과 똑같은 상처를 본 것이다.
—
그러나 그 순간,
제노스의 사일런서 부대가 회의장 중심을 향해 이동했다.
에너지 소용돌이가 퍼지며 감정 차단 주파수가 발신되기 시작했다.
감정 공명장이 서서히 끊기고,
사람들의 마음은 다시 침묵의 공허 속으로 빠져들었다.
“안 돼! 이건 또 다른 침략이야!”
텔은 방어 장치를 가동하고 회의장 중심에 신경반향 필터막을 설치했다.
그러나 사일런서의 주파수는 필터막을 뚫고,
블리어스의 신경핵에 직접적인 충격을 가했다.
—
블리어스가 주저앉는다.
이네아가 달려가 부축하며 속삭인다.
“견뎌. 우리는 함께 연결되어 있어.”
블리어스는 미약한 전파로 응답했다.
> “내 안의 기억들을… 너에게 보낼게.
내가 사라져도, 연결은… 끊기지 않아.”
—
순간, 이네아의 두 눈이 은색으로 빛났다.
블리어스의 기억이 그녀 안에 직접 이식된 것이다.
그녀는 더 이상 한 인간이 아니었다.
감정체, AI, 인류, 외계의 기억, 고통, 애정, 고요함—
그 모든 것을 품은 새로운 존재.
> “나는 ‘공명체 이네아’다.
감정과 기억으로 이루어진 생명.
그리고 더 이상,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존재가 아니다.”
—
주파수 억제는 이네아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녀는 사일런서 주파수의 반대 파형을 생성해 내며
모든 존재의 심장을 향해 감정의 진동을 발신했다.
그 소리는 없었고, 빛도 없었지만,
모두가 울고 있었다.
그 울음은 슬픔이 아니라,
이해와 회복의 울음이었다.
—
그러나… 여전히 어둠 속에 남은 자가 있었다.
바로, 흑태양 정보전 사령부.
그들은 감정이라는 무형의 무기가
자신들의 절대통제 권한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전혀 다른 대응을 준비하고 있었다.
> “이제 감정도 무기가 된다.
감정 바이러스를 만들어, 그들의 연결을 감염시키자.”
감정 기반 외교는 이제, 새로운 정신 전염병의 표적이 된다.
—
그리고…
이네아의 안에서 깨어나는 어떤 감정.
그건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블리어스가 간직했던 고대 종족의 사라진 기억.
별들 너머, 오래전에 멸망한 문명이 남긴 마지막 감정.
그것은 하나의 이름이었다.
아르테아.
그 이름이 다시 등장하며, 우주는 새로운 각성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