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6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156장 — 심연 속의 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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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침투 경로는 함선의 후미 동력실 쪽으로 확실해.”
키르가 전술 패널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곳을 막지 않으면 함선 전체가 마비될 수 있어.”
“내가 간다.”
세란이 단호하게 일어섰다. 그녀의 눈에는 흔들림 없는 결의가 담겨 있었다.
“내 안의 혼란을 잠시 접고, 싸움에 집중할 거야.”
“네가 기억을 잃어가고 있어도, 싸움의 본능은 남아있지.”
라피엘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본능을 믿어야 해, 세란.”
“우리는 단순한 전투 집단이 아니야. 우리 각자의 내면에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키르가 고개를 숙이며 덧붙였다.
“기억의 파편, 정체성의 흔들림, 부활과 감염의 고통까지. 모두가 싸워야 할 상대다.”
후미 동력실 입구 앞, 세란은 긴장된 숨을 몰아쉬었다.
“여기서 모든 게 결정된다.”
그녀는 천천히 문을 열고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동력실 안은 차갑고 침묵했다. 그러나 어딘가에서 미세한 기계음과 함께 ‘감염’의 기운이 퍼져 나왔다.
“조심해, 세란. 감염체는 정신과 육체를 동시에 잠식해.”
라피엘의 무전기가 조용히 경고했다.
“알겠어.”
세란은 자신의 심장 뛰는 소리에 집중했다.
“이 혼돈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 내 기억은 진실인가, 거짓인가.”
그 순간, 그림자 속에서 형체가 움직였다.
‘감염체’가 그녀를 향해 돌진했다.
세란은 본능적으로 칼을 뽑아 내리쳤다.
“그냥 싸움이 아니야. 이건 내 안의 어둠과 맞서는 싸움이다.”
칼날이 감염체의 껍질을 갈랐지만, 그들은 곧 재생하기 시작했다.
“기억이 사라져도, 나는 싸울 수 있어.”
세란이 다짐했다.
“나의 존재가 흔들려도, 내 의지는 단단할 것이다.”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단순한 기억의 총합인가, 아니면 경험과 선택이 만든 실체인가?”
라피엘의 목소리가 세란의 귓가에 울렸다.
“우리는 지금 그 질문에 답하려는 중이다.”
키르는 통신을 통해 명령을 내렸다.
“후미 동력실 보조팀, 즉시 지원한다! 적의 재생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냉각 장치를 가동해!”
“시간이 없다!”
세란은 다시 한번 칼을 휘둘렀다. 감염체의 수가 줄어들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함선 전체가 감염될지도 몰라.”
“네가 기억을 잃더라도, 싸움의 기록은 우리의 역사로 남는다.”
라피엘이 희미하게 말했다.
“그것이 부활이고, 그것이 진정한 ‘하늘의 뼈’다.”
세란은 숨을 고르고 눈을 감았다.
‘나는 누구인가?’
그 질문이 다시 머릿속을 휘감았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알았다.
‘나는 싸우는 자, 그리고 살아남는 자다.’
칼날이 마지막 감염체를 꿰뚫으며, 동력실의 공기가 점차 안정되기 시작했다.
“함선의 동력 회복 중.”
키르의 목소리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전해졌다.
“우리가 버텨냈다.”
하지만 모두가 알았다. 이 전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하늘의 뼈’가 진정으로 깨어나려면, 그보다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세란은 천천히 일어나 함선을 돌아다녔다.
“기억과 정체성, 부활과 감염…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
우리는 그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우리는 단지 전사만이 아니다. 우리 각자의 영혼이 이 전쟁의 무대다.”
키르가 옆에서 말을 이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싸워야 한다.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미래를 위해.”
세란은 다시 한번 눈을 감았다.
“나를 잃지 않고, 나를 부활시켜야 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결연했고, 어둠 속에서도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