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157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제157장 — 기억의 심연, 선택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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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란은 동력실을 빠져나와 조용한 복도로 접어들었다. 차가운 금속 벽면에 반사된 희미한 조명이 그녀의 피로한 얼굴을 비췄다.

“세란, 상태는?”
라피엘의 목소리가 무전기에서 떨리듯 울렸다.

“겨우 버텼어. 하지만 감염체의 재생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우린 시간이 없다.”
세란은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함선 전체에 감염 확산 위험이 있어. 이대로라면 전함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키르가 통신망을 통해 냉정하게 보고했다.

“이걸 막을 방법이 있을까?”
세란의 목소리에 희망보다 절박함이 묻어났다.

“잠깐, 세란!”
라피엘의 갑작스러운 호출에 세란이 멈춰 섰다.
“우리가 방금 분석한 감염체는 단순한 바이러스가 아니야. 그건… 일종의 생체-기계 융합체야. 스스로 진화하며 적응한다.”
“게다가, 이 감염체가 퍼지면 감염자 역시 지각과 기억을 서서히 잃고 ‘기계적’ 존재로 전락하게 될 거야.”

세란은 차가운 한기에 몸이 떨렸다.
“그럼 우린… 살아남아도 인간이 아닐지도 몰라?”

“맞아. 우리 모두의 존재가 위협받고 있어.”
라피엘의 목소리가 무겁게 울렸다.
“지금 싸우는 건 단순한 전투가 아니야. 우리의 정체성, 의지, 영혼을 지키는 전쟁이다.”

“이 상황에서 선택지는?”
세란이 물었다.

“최후의 카드가 있다.”
키르가 말했다.
“함선 핵심 시스템에 내장된 ‘프로젝트 하늘의 뼈’ 모듈. 감염체와 융합해 그 본질을 역이용하는 장치지. 하지만 성공 확률은 불확실하고, 실패하면 함선과 탑승자 전원이 위험해져.”

“그러니까, 우리가 감염체를 품고, 그 힘을 이용해 역으로 이겨내자는 거군.”
세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 일부는… 변형될 수 있다.”
라피엘이 덧붙였다.

“변형?”
세란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기술과 감염체가 융합하면서 생체와 기계가 섞인 새로운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
키르가 답했다.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은 흔들릴 수도 있지만, 그 힘으로 적의 감염 확산을 멈출 수 있다.”

세란은 긴 침묵 끝에 결심했다.
“이제는 선택할 때야. 나 자신을 잃더라도, 모두를 살리는 길을 택하겠다.”

“좋아.”
키르가 미소를 지었다.
“그대의 의지가 우리 모두의 희망이다.”

함선 중앙 통제실, ‘하늘의 뼈’ 모듈이 작동을 시작했다. 차갑고 금속적인 기계음이 주변을 채웠다.

“에너지 흐름이 불안정하다.”
라피엘이 말했다.
“모두 집중해. 지금부터 전투와 정신의 경계가 흐려질 거야.”

세란은 모듈과 융합하며 몸이 타는 듯한 고통에 몸부림쳤다. 하지만 그녀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나는 누구인가?”
자신에게 묻고, 스스로에게 대답했다.
“나는… 하늘의 뼈. 부서져도 다시 일어나는 뼈, 영혼의 껍질이다.”

모든 게 변했다. 감염체의 속성이 세란 안에서 뒤섞이고, 그 힘이 그녀를 감싸며 무한한 에너지가 폭발했다.

“함선 전역 감염 확산 경로 차단!”
키르의 명령과 함께 동력실부터 시작해 방어막이 격렬하게 재구축됐다.

“세란, 버텨! 우린 너와 함께야.”
라피엘과 키르가 동시에 외쳤다.

변형과 융합의 고통 속에서도 세란의 정신은 끝없이 전진했다. 그 중심에는 흔들리지 않는 ‘나’가 있었다.

“나는 ‘하늘의 뼈’다.”
그녀가 속삭였다.
“이 몸은 부서질지언정, 영혼은 꺾이지 않는다.”

함선은 다시 살아났다. 감염체는 ‘하늘의 뼈’가 발산하는 에너지에 맞서 점차 붕괴되었다.

“우리가 이겼다!”
키르가 희망에 차 외쳤다.

하지만 그들은 알았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존재와 새로운 전쟁의 시작임을.
‘하늘의 뼈’가 깨어난 지금, 모든 것은 변할 것이다.

“앞으로 남은 건, 우리가 어떤 존재로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야.”
라피엘이 씁쓸하게 말했다.

세란은 천천히 일어났다. 변형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어둠을 밀어냈다.

“그 누구도 우리를 멈출 수 없다. 우리는 ‘하늘의 뼈’, 끝없이 부서지고, 끝없이 다시 일어나는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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