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158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제158장 — 사라진 차원, 문을 지키는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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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려?”
세란의 목소리는 여전히 따뜻했지만, 어딘가 낯설었다.

“세란… 네가 맞긴 맞는 거야?”
라피엘이 손끝을 떨며 조심스레 다가섰다.

세란의 눈동자는 이전보다 훨씬 깊었다. 마치 시간 너머를 들여다보는 무한의 소용돌이 같았다. 그녀는 변형되었고, 동시에 그 본질을 지켜냈다. 그녀는 지금, 인간과 기계, 감염체와 별빛, 기억과 망각이 혼재된 존재였다.

“이제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말해줘.”
키르가 중얼였다. “감염체는 소멸했지만, 뭔가가 남았어. 진공 너머에서… 우릴 부르고 있어.”

그 순간, 우주함선의 전방에 붉은 균열이 일어났다.
공간이 갈라졌다.
아무 소리도 없었지만, 모두가 ‘무언가’가 열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건… 차원이야.”
세란이 속삭였다.
“잊혀진 문. 하늘의 뼈가 봉인했던 과거의 문.”

라피엘이 으스스한 느낌에 어깨를 움츠렸다.
“왜 열리는 거지? 우리가 감염체를 봉쇄했는데…”

“바로 그거야.”
세란이 고개를 들었다.
“감염체는 단순한 생물학적 위협이 아니었어. 그건 일종의 ‘열쇠’였지. 문을 열기 위한, 생명과 기억을 먹고 자라난 파동.”

모두가 침묵했다. 문은 이미 반쯤 열려 있었고, 그 안쪽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의 목소리 같기도, 금속이 긁히는 소리 같기도 했다.

“그 안에 뭐가 있어?”
키르가 물었다.

세란은 한참을 응시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과거. 실패한 문명의 기록. 시간 너머에서 버려진 존재들. 그리고… 문을 지키는 자들.”

라피엘은 인상을 찌푸렸다.
“지키는 자들이 우리를 반길까?”

“그건 몰라. 하지만 이 문이 열리고 나면, 우리가 그들에게 가야 해.”
세란은 덧붙였다.
“이건 단순한 탐험이 아니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대화. 과거와 현재, 인간과 그 외 존재 사이의 철학적 심판이야.”

키르가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SF 판타지란 이런 건가. 전투, 감염, 차원의 문, 존재의 물음까지 다 나오는…”

“진지하게 받아들여.”
세란은 눈을 가늘게 떴다.
“우리 기억은 스스로를 증명하는 유일한 도구야. 저 문을 통과하는 순간, 기억조차 누가 만들어준 것인지 알 수 없게 될 거야.”

“그럼?”
라피엘이 물었다.
“어떻게 버틸 수 있지? 저 문은… 존재의 근간을 부순다고.”

세란은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하늘의 뼈’가 우리 안에 있어. 깨졌지만, 다시 자란 뼈. 그것만이 기억의 진위를 구분할 수 있게 해 줘.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함께 겪은 고통과 희망… 그건 조작할 수 없어.”

잠시 정적.
이내 키르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 문을 통과하자.”

라피엘도 미소 지었다.
“그래. 우린 도망치는 자들이 아니니까.”

문은 이제 전부 열렸다.
그 너머엔 형언할 수 없는 풍경.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사막, 별빛이 머무는 거울의 호수, 수천 개의 눈을 가진 존재들이 존재의 끝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란이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우리의 존재는, 우리 스스로가 선택해야 해.”

그리고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갔다.
빛도 어둠도 아닌 그 사이의 세계로.
기억과 철학, 탐험과 공포의 경계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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