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159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제159장 — 거울 호수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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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꿈일까, 기억일까.”
라피엘의 목소리는 속삭임조차 메아리쳐 돌아왔다.

발밑에는 물이 있었고, 물은 거울처럼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그러나 그 하늘은 현실의 하늘이 아니었다. 별빛이 아래에서 위로 솟아오르고, 천체가 좌우로 흔들리는, 왜곡된 시공간의 중심. 거울 호수는 그 안에 모든 차원을 품고 있었다.

“저기 봐.”
키르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거울 호수의 수면 속, 그들이 서 있는 위치와 정확히 대칭되는 곳에서 **또 다른 ‘그들’**이 나타나 있었다.
라피엘이 라피엘을, 세란이 세란을, 키르가 키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미묘하게 달랐다. 표정이. 눈빛이. 그리고… 눈동자 색이.

“이건 뭐지? 환영?”
라피엘은 본능적으로 검을 뽑았지만, 칼날은 호수의 공기조차 가르지 못했다.

“아니야.”
세란은 단호히 말했다.
“이건 우리의 ‘가능성’. 그들이 살았던 차원의 우리야.
그 세계에서 우린, 선택을 달리 한 존재들이지.”

거울 속의 세란이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전혀 다르지 않았다. 완벽하게 같았다.
그러나 차가웠다.

“네가 과연 옳았다고 생각해? 인간성 따위 붙잡고, 하늘의 뼈를 봉인한 그 선택이…”

진짜 세란이 물러섰다.
“이건 함정이야. 우리를 흔들려고—”

“함정은 너의 양심이야. 너는 감염체를 제거했지만, 대가로 한 별계를 파괴했지.
기억 안 나? 시리우스 연합계의 멸망. 너의 손으로.”

라피엘의 눈이 커졌다.
“무슨 말이야? 그런 일은—”

“있었어.”
세란이 낮게 말했다.
“다만, 난 그걸 숨겼어. 너희를 보호하려고.”

“세란…”
키르가 충격에 찬 눈으로 바라봤다.
“네가…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알아.” 세란이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후회해. 내게 선택권이 다시 주어진다면…”

“이제 그 선택이 왔어.”
거울 속 세란이 조용히 말했다.
“너희는 ‘문을 지킨 자들’을 만날 자격이 없어.
스스로의 죄조차 못 끌어안은 존재에겐.”

그 순간, 거울 속의 ‘그들’이 물 위를 걸어오기 시작했다.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으면서도, 중력의 법칙을 거슬러 다가왔다.
거울 호수가 깨어졌다.
수면은 흔들리며 울렁였고, 주변의 별빛이 녹아내렸다.

“진짜 전투야.”
키르가 단단히 검을 쥐었다.
“우리 자신과의.”

“이건 단순한 싸움이 아니야.”
세란은 차분히 말했다.
“이건 존재에 대한 검증이야.
하늘의 뼈는 살아 있는 유물이고, 기억은 무기가 될 수도 있어.”

라피엘이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봤다.
그는 냉혹했다. 전쟁에서 수많은 생명을 희생시킨, ‘전술의 화신’.
그러나 지금 그에게 말을 건넸다.

“넌 날 부정할 수 없어. 넌 내가 될 수도 있었잖아.”
거울 속 라피엘이 말했다.

“그래, 그건 인정해.”
라피엘이 검을 거두며 답했다.
“하지만 넌 후회하지 않았지. 난 했어.
그리고 그 후회는, 날 사람으로 남게 했어.”

세란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빛이 그녀의 몸을 감쌌다.
그녀 안의 ‘하늘의 뼈’가 다시 반응하기 시작했다.
“선택을 묻는 자들이여.
존재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가.
기억을 지우지 않고, 그것과 함께 걸어갈 수 있는가.”



하늘의 뼈가 그녀를 통해 말하고 있었다.

라피엘과 키르도, 손을 가슴에 얹었다.
그들의 기억 하나하나가, 생생히 떠올랐다.
희생, 고통, 죽음, 약속, 거짓, 진심.

그리고 그 순간, 거울의 파편이 갈라졌다.
‘다른 가능성의 그들’은 조용히 멈추었다.
그들의 눈빛에 처음으로… 인정이 스쳤다.

“넌… 달라졌구나.”
거울 속 세란이 마지막으로 중얼였다.
“그래, 그런 거라면.
문을 지나가도 좋아.”

거울 호수는 스스로 갈라지며 길을 열었다.
그 너머엔… 문을 지키는 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잃어버린 기억과 마주해야 할 최종의 시험이 준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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