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0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160장 — 문지기들, 그리고 별빛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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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문을 지킨 자들이라면,” 라피엘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우린 지나가야 합니다. 여정을 마무리해야 하죠.”
문지기들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인간의 형체가 아니었다. 인간의 눈으로는 형태를 완전히 파악할 수 없었다. 고대의 별빛이 꿰맨 그림자 같았고, 그 존재는 말 대신 진동과 공명을 통해 의사를 전달했다.
「왜 지나가야 하는가」
「너희는 증명했는가, 너희의 존재가 다음 차원에 오를 자격이 있음을」
그들은 말이 아닌 ‘소리 없는 파동’으로 뇌에 직접 새겨 넣었다. 라피엘은 쓰러질 뻔했고, 키르와 세란은 이마를 감싸 쥐었다.
“증명...이라,” 키르가 웃었다. “하늘의 뼈가 왜 우리를 여기로 이끌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군.”
“우린 수없이 선택했고, 그중 대부분은 실수였지. 하지만 돌아보지 않고 가는 것보다는… 후회와 함께 걷는 걸 택했어,” 세란이 속삭이듯 말했다.
그 순간, 문지기들 가운데 가장 거대한 존재가 형태를 바꾸었다. 그것은 고래처럼 웅장한 형상이었고, 빛으로 이루어진 눈을 세 개나 가졌다. 그 세 눈에서 동시에 세 방향의 시선이 펼쳐졌다.
「하늘의 뼈는... 관측된 시간의 껍질일 뿐이다.
진정한 문은 기억을 통해 열린다.
너희가 회피한 기억, 잃었다고 착각한 것들을 마주하라.
그리고 그 기억의 형태로 너희의 열쇠를 만들어라」
“기억의 형태?” 라피엘이 되묻자, 공중이 갈라졌다.
눈앞에 커다란 구(球) 형태의 수정체가 떠오르며 그들 주위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구체 안에는 각자의 과거 장면들이 흘러나왔다. 어릴 적 가족을 잃은 라피엘, 친구를 배신하고 살아남은 키르, 희생자를 손에 묻힌 세란.
“여긴 기억의 방이야.” 세란이 속삭였다. “우린… 우리가 누구인지 직접 증명해야 해.”
“그렇다면—” 키르가 칼을 내려놓았다. “전투가 아닌 고백으로 싸워야겠군.”
수정 구체가 붉게 빛나더니, 라피엘의 과거를 감싸 안았다.
한 남자아이가 칼을 들고 서 있었다.
“넌 날 버렸어,” 그 아이가 말했다.
“살기 위해, 나를 버렸지. 그리고 날 지운 거야. 기억 속에서.”
“나는...” 라피엘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땐 살아남아야 했어. 전부를 잃을 순 없었어. 그래서 널... 버린 게 아니라, 잊은 거야.”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넌 내가 존재했던 걸, 인정해줘야 해.
넌 내 일부였으니까.”
“그래. 인정할게.”
라피엘은 조용히 무릎을 꿇고 아이에게 다가갔다.
“넌 나였고, 난 너야. 이제야 받아들일 수 있어.
내 속의 어둠도, 그날의 공포도, 너도—
내가 품고 갈 유산이야.”
그 순간, 아이는 빛으로 흩어지며 사라졌다. 수정 구체가 반응했다. 첫 번째 문이 열렸다.
키르 앞에는 낯익은 소녀가 나타났다.
“내가 너를 그렇게 믿었는데, 넌 날 팔았지.
살기 위해서. 어때, 후회는 해?”
“후회?” 키르가 중얼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후회도, 미안함도 다 내 몫이야.
하지만 너는, 나를 지금까지 인간답게 만든 존재야.
그 죄를 안고, 너를 잊지 않기로 했어.”
소녀는 미소 지었다. 눈물과 함께.
두 번째 문이 열렸다.
세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앞에는
온몸이 시커멓게 타버린 채, 그녀를 바라보는 한 병사가 서 있었다.
“왜 날 죽였지?”
그의 목소리는 참을 수 없을 만큼 맑고, 비통했다.
“그들은 항복하려 했어. 넌 그걸 알았잖아.”
세란은 흔들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알았어. 그래서 난... 그 이후의 삶을, 전부 벌처럼 살았어.
하지만 난 이제, 당신을 기억에서 꺼내겠어.
도망치지 않고, 매일 떠올릴 거야.”
병사의 몸에서 검은 재가 흩날렸다.
세 번째 문이, 열렸다.
문지기들이 움직였다.
그들은 드디어 허락을 내린 듯, 하늘색의 이정표를 펼쳤다.
「문은 열린다.
기억을 직면한 자들이여.
진실로 너희가 향하는 곳은, 너희 자신 안에 있다.」
멀리, 거대한 계단이 구불구불 우주 너머로 솟구치듯 나타났다.
그곳엔 ‘하늘의 뼈’가 아닌,
‘하늘이 기억하는 너희의 형상’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