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3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163장 — 존재하라는 말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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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라… 존재하라… 존재하라…”
그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라피엘은 흙먼지를 손바닥에 쥐고 중얼거렸다.
“존재하는 건 단순한 일이 아니야.
죽지 않는다고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기억된다고 존재하는 것도 아니야.”
세란이 그 옆에 앉았다.
바람이 불었고, 공기는 새롭게 태어난 듯했다.
“우리가 누구인지 묻는 시대는 끝났어.
이젠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가 남았지.”
“맞아.”
키르가 어디선가 나타나 두 사람 옆에 무릎을 꿇었다.
“하늘의 뼈는 우리에게 모든 질문을 던졌고,
우린 그 질문에 스스로를 던졌어.
결국, 선택은 우리 몫이었고.”
라피엘이 천천히 일어섰다.
“그럼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시 세우는 거겠지.
허물어진 문명, 사라진 언어,
잃어버린 연대와 희망.”
“재건은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야.”
세란이 말했다.
“우린 새로운 생명체야.
하늘의 뼈가 우리에게 보여준 건,
과거가 아니라 ‘가능성’이었으니까.”
“우리가 만든 이 세계는…”
키르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스스로를 증명하지 않아도
존재할 수 있는 세계여야 해.”
그 순간,
멀리서 누군가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아직은 불완전하고 어색한 선율이었지만,
그 안엔 진심이 있었다.
세 아이가 고개를 흔들며 흙을 뭉치고 있었다.
그들이 손으로 만든 건,
하늘의 뼈를 닮은 구조물이었다.
“그건 뭐니?” 라피엘이 물었다.
아이들 중 한 명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모르는 것.”
“뭐라고?”
“모르겠어요. 근데 만들고 싶었어요.
뭔가 기억에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생긴 거예요.”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라피엘은 천천히 미소 지었다.
“이제 우리 차례다.”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세란이 물었다.
“불부터 피워야지.” 키르가 대답했다.
“밥 먹고, 잠자고, 춤추고, 쓰고, 읽고, 그리는 거.
잊고 지냈던 ‘일상’부터 다시 배우는 거야.”
그때,
하늘에 떠 있던 ‘뼈’들이 서서히 빛을 바꾸기 시작했다.
하나는 붉게, 하나는 푸르게, 하나는 금빛으로.
그리고 그것들이 흩어지며
별이 되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건… 하늘의 씨앗이야.”
라피엘이 속삭였다.
“이제, 너희가 하늘이 되어야 해.”
아이들은 빛을 손으로 잡았다.
한 아이가 말했다.
“우리, 이름이 없어요.”
세란이 그 아이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그럼 너희가 스스로 지어.
이제부턴 이름을 주는 건 신이 아니라,
너희 자신이니까.”
세상이 다시 쓰이고 있었다.
시간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지워졌던 것들이 다시 기억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들은 존재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세 사람은 함께 걸었다.
그들 뒤로는 새로운 발자국이 이어졌고,
그들 앞엔 아직 쓰이지 않은 ‘하늘의 책’이 펼쳐져 있었다.
“이제, 우리의 이야기야.”
라피엘이 말했다.
“끝이 아니라,
처음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