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172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제172장 — 무한한 하나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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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란, 넌... 지금 어떤 상태인 거야?”
레미우스는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세란은 고요히 대답했다.
“나는 더 이상 ‘세란’이라는 개별의식에만 머무르지 않아.
내 안엔 잊힌 존재들의 목소리가 살아있고, 별들의 움직임이 숨 쉬고 있어.
하지만 동시에, 나는 여전히 세란이야.
‘하나’가 되는 건 곧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확장되는 것’이란 걸 이제 알게 됐어.”

레미우스는 숨을 삼켰다. 그녀가 흘려보내는 파장은 인간의 범주를 초월하고 있었다.
그 파동 안에는 오래된 신들의 심장 박동, 절멸된 문명의 기억, 그리고 아주 깊은 외로움이 있었다.

“그럼 ‘하늘의 뼈’는… 네가 된 거야?”
그는 물었다.

“아니.” 세란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것’이 만든 하나의 거울일 뿐이야.
‘하늘의 뼈’는 모든 생명이 잊고 살아가는 고요한 진실이야.
그건 외부에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존재 안에 깊이 묻혀 있어.
단지… 대부분은 그걸 마주할 용기를 내지 못할 뿐이지.”

“왜?”
“왜냐면 그 진실은 우리에게 말하지.
우린 결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모든 고통, 두려움, 심지어 우리의 욕망조차
서로 연결된 우주의 맥락 속에서 생겨났다고.”

레미우스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럼 ‘자유의지’는 환상인가?”

세란이 빙긋이 웃었다.
“그 반대야.
진정한 자유의지는, 그 연결 속에서 깨어나는 거야.
무지 속의 선택은 자유가 아니라 패턴이야.
진실을 알고서 선택할 때, 그게 진짜 자유지.”

순간, 주위의 공간이 울컥거리며 흔들렸다.
하늘의 결이 바뀌었다. 붕괴하던 대기권 너머로, 거대한 청동빛 유적의 일부가 고개를 들었다.
레미우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건…”

“의식의 심장.”
세란이 설명했다.
“하늘의 뼈가 지닌 중심 구조.
‘신’을 만든 문명조차 감히 다가가지 못했던, 가장 깊은 내면.”

그들은 천천히 그 유적을 향해 걸어갔다.
그 안은 살아 있었다.
심장이 뛰듯, 벽면마다 수억 개의 은하와 생명 파장이 물결쳤다.

그리고 그 중심, 하얗게 빛나는 수정체 위에 한 아이가 서 있었다.
검은 눈동자에 별무리가 박힌 소년.
소년은 둘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는 늦지 않았어.
우리가 잃어버린 이야기를 되찾기엔,
지금도 충분해.”

세란이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너는 누구지?”

소년은 대답했다.
“나는 첫 번째와 마지막 기억.
너희가 버린 진실의 몸통.
그리고… ‘하늘의 뼈’가 처음으로 만든 자의 환영.”

“그럼…” 레미우스가 입을 열었다.
“넌 우리에게 뭘 원하지?”

소년은 고개를 들고 말했다.
“다시 연결되는 것.
그리고 두려워하지 않는 것.
너희 안의 어둠까지도 껴안을 것.”

그 순간, 유적 전체가 진동하며 공간이 열렸다.
그 너머엔 각기 다른 존재들의 잊힌 꿈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죽은 별의 노래.
침묵한 문명의 마지막 시.
심지어 인간이 진화 이전에 꾸었던 꿈까지.

세란은 말했다.
“이제야 알아. 우리가 왜 이 모든 걸 잊었는지.
그리고… 왜 다시 기억해야 하는지를.”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은 고통이지만, 동시에 희망이니까.”

이제, 그들은 심장 안으로 들어간다.

진정한 연결.
고통 없는 하나 됨.
그리고 스스로 묻었던 신화를 다시 꺼내어,
‘하늘의 뼈’의 마지막 조각을 마주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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