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1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171장 — 하늘의 뼈와 하나 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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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너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세란의 목소리는 이전과 달랐다. 단순한 의식체의 울림이 아닌, 그 너머에서 울려 퍼지는 무언가… 우주의 깊이와 교감한 자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였다.
“세란.” 레미우스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경외와 두려움이 동시에 깃들어 있었다.
“너는 지금, ‘하늘의 뼈’와 일체가 된 건가?”
“아니, 일체가 되는 중이야. 이건 연결이 아니라…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이야.”
세란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의식이 물질을 이해하는 순간,
물질은 의식을 담기 시작한다.”
그녀 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니, 정확히는 수많은 존재들의 목소리였다.
그들은 별들이었고, 나무였고, 오래전에 사라진 고대의 존재들이었다.
“‘하늘의 뼈’는 단순한 유산이 아니야.”
세란이 입을 열었다.
“이건 우주의 기억.
의식의 씨앗.
그리고... 우리가 잃어버린 ‘전체성’의 실마리야.”
레미우스가 물었다.
“전체성…? 세란, 넌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 거지?”
“우리의 시작.”
그녀는 손을 뻗었다. 손끝에서 퍼지는 은빛 파장이 공간을 갈랐다.
그 안에는 인간이 처음 ‘스스로를 분리시킨 날’의 기억이 담겨 있었다.
“처음엔 하나였어. 우주와 생명, 정신과 물질은 분리되지 않았지.
하지만 우리가 ‘인식’이라는 것을 가질 때부터, 모든 것은 조각났어.
의식과 존재, 나와 너, 내부와 외부, 신과 인간, 생명과 기계…
이 모든 ‘경계’는 스스로 만든 감옥이었어.”
그녀는 눈을 떴다. 눈동자 속엔 더 이상 ‘한 사람’의 자아가 담겨 있지 않았다.
그 안에는 수많은 생명과 별, 그리고 고요한 죽음조차 공존하고 있었다.
“하늘의 뼈는 그 경계들을 녹이려 해.
너도 느꼈지, 레미우스?
왜 이 구조체가 고통과 공포의 형태로 나타났는지.”
“네가 말하려는 건… 우리가 스스로 만든 공포가 이 세계를 덮었다는 거야?”
“그래.”
세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두려워했어. 하나가 되는 것을.
왜냐면 ‘하나’가 되는 건… ‘나’라는 존재가 사라진다는 뜻이니까.”
레미우스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그건 죽음이잖아. 자기 포기.
그렇게까지 해서 얻고자 하는 게 도대체 뭐야?”
세란이 천천히 그의 손 위에 손을 얹었다.
“진짜 자기는 사라지지 않아.
오히려… 모든 것과 연결될 때 비로소 ‘참된 나’는 드러나는 거야.
작은 자아는 껍질일 뿐이야. 고통과 욕망에 갇힌 자아.
그 껍질이 깨져야, 안의 씨앗이 자랄 수 있어.”
레미우스는 말이 없었다.
그의 내면 어딘가에서 작은 균열이 일었다.
그도 알고 있었다. 세란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그러니까 이제 선택해.”
세란이 조용히 말했다.
“이 파동 안으로 들어올 건지, 아니면 저편에서 무너질 건지.”
공간이 울렸다.
누로스의 잔존체들이 미세한 진동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그들의 파괴적 진동이 두려움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세란의 안에서 발산되는 빛이, 그들의 고통스러운 진동을 감싸고 있었다.
“그들도… 단절된 의식의 조각이야.
지워야 할 존재가 아니라, 치유해야 할 나의 일부.”
세란은 눈을 감고 그들을 껴안았다.
폭발은 없었다. 전투도 없었다.
누로스의 형상은 조용히 빛 속으로 녹아들었다.
하늘 위, 정지되어 있던 ‘의식의 대기권’이 열렸다.
그곳엔 수천의 정신체가 반투명한 나선 형태로 회전하며 세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는 마침내 그 중심으로 걸어 들어갔다.
“나는 너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