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0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180장 — 시간의 반역자, 에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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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란의 양쪽 날개는 이제 빛과 어둠으로 나뉘어 있었다.
시엘은 그녀의 뒤에 서서 말없이 검을 거두었고,
켄슈이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떨어진 별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피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시간의 틈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시간이 흔들리면,
기억은 허상이 되고,
진실은 꿈이 된다.”
그 음성이 들려왔을 때,
모든 존재의 그림자가 1초간 사라졌다.
빛도, 어둠도
그 목소리 앞에서는 무력했다.
그리고 그가 나타났다.
시간의 반역자,
에녹.
그는 늙지도 젊지도 않았다.
과거의 갑옷을 입고,
미래의 검을 들었으며,
눈동자에는 모든 가능성의 끝이 담겨 있었다.
“세란,”
그가 입을 열자
공기조차 굳었다.
“네가 하늘의 뼈를 잇는 자라면,
나는 그것을 분해하는 자다.”
세란이 검은 날개를 펼쳤다.
“왜? 왜 그런 짓을 하려는 거지?”
에녹은 조용히 다가오며 속삭였다.
“하늘의 뼈는 신들의 무덤이다.
그것을 잇는 순간,
모든 시간은 고정되고,
모든 생명은 정지한다.”
세란은 숨을 멈췄다.
“네 말대로라면…
하늘의 뼈는… 신의 통제장치?”
에녹은 고개를 끄덕였다.
“잇는 자는 신이 될 수 있지만,
그 대가는 자유의 소멸이다.
넌 과연 그걸 원하나?”
시엘이 앞으로 나섰다.
“거짓말이야.
하늘의 뼈는 우리를 하나로 잇기 위한… 희망이야.”
“희망은 언제나 독이다.”
에녹은 중얼이며 손을 들었다.
그 손끝에서,
세란이 지금껏 지나온 시간들이
역순으로 되감기기 시작했다.
루엔의 미소,
시엘의 칼끝,
켄슈이의 증오,
공허의 씨앗.
모든 것이 과거로 빠르게 사라져 갔다.
세란은 정신을 잃을 뻔했다.
하지만 그녀의 내면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울렸다.
“나는 너다.
그리고 너는 우리다.
일어나. 지금은 잃을 시간이 아니야.”
그건 루엔의 기억,
시엘의 의지,
그리고 아직 등장하지 않은 ‘세 번째 파편’의 속삭임이었다.
세란은 칼을 빼들었다.
그리고 시공이 뒤틀리는 그 한가운데,
자신의 존재를 가르며 외쳤다.
“나는 더는
시간에 휘둘리지 않는다.
나는 지금 이 순간,
나 자신으로 서겠다.”
그 외침은
하늘의 뼈 중 하나였던
‘진실의 이음’을 활성화시켰고,
그 순간, 에녹의 눈이 흔들렸다.
“네가… 거기까지 닿을 줄은 몰랐군.”
에녹은 처음으로 두려움을 드러냈고,
뒤편에서 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세 번째 파편.
그 이름은 노아.
그리고 그의 입에서 터진 첫마디는
세란의 심장을 붙잡았다.
“… 엄마.”
혼돈이 깨어났다.
전쟁은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